학폭 피해 10대, 입원 정신병원서 추락사…法 "병원 책임 없어"

인천지법.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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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로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던 한 중학생이 보호 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도중 산책하러 나갔다가 추락사했다. 이 학생의 부모는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의료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부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천지법 민사14부(부장 김영학)는 A군 부모가 의료법인을 상대로 총 5억9000만원을 요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A군은 병원에 입원한 뒤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지 않았고 사망 당일 정신과 면담에서도 '잘 잤다'고 하는 등 특별한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며 "병동 생활을 안정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산책을 허용한 병원 조치가 잘못됐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군이 추락한 뒤) 다리 골절을 파악한 병원은 신경외과와 정형외과에 협진을 요청했고 (A군이) 소리에 반응하지 않자 중환자실로 이송했다"며 "A군이 사망하기 전까지 통상적인 진료 과정을 진행했다"고 판단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폭력과 따돌림을 당했던 A군은 심한 우울감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2021년 후배 집에 놀러 갔다가 처음 본 고등학생 형들에게 맞은 뒤부턴 공황발작도 겪어 같은 해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의 보호 병동에 여러 번 입원했다. 


급기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보호 병동에 다시 입원했을 때 A군은 병실에서 전화 통화를 하다가 큰소리를 질렀다. 놀란 의료진이 무슨 일인지 확인하자 그는 "답답해 소리를 질렀다"며 "무슨 내용인지는 사적인 거라 말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다음날 기분이 풀린 그는 병원 의료진에게 "잘 잤다"며 "이제는 하산(퇴원)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분이 너무 좋다"며 "집에 가서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당일 오전 8시 넘어 2차례 10분 정도씩 산책을 하고 병실에 돌아온 A군은 오전 10시 넘어 혼자 또 산책하러 나갔다가 병원 4층에서 추락했다. 사고 후 10여분 만에 병원 1층 바닥에서 발견돼 정신건강의학과로 옮겨졌으나 2시간 뒤 결국 숨졌다. 사인은 골반 골절로 인한 저혈량 쇼크였다. 

A군이 사망하자 부모는 의료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부모는 소송에서 "아들이 전화 통화를 할 때 큰소리를 지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도 (다음날) 병원은 혼자 하는 산책을 제한하지 않았다"며 "(사고 후에도) 곧바로 병원 응급실이 아닌 9층 정신 병동으로 이송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법인은 "처음에는 보호자 동행을 조건으로 산책을 하다가 A군의 상태가 나아져 자율 산책을 허용했다"며 "응급처치도 늦거나 부적절하지 않았다"고 맞섰고, 법원도 A군의 사망 관련해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