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정책 쏟아내는데"…조기대선 금지령에 한숨 쉬는 與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충남 아산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방문, 이동석 사장(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충남 아산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방문, 이동석 사장(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마치 대선 공약을 공개하듯 연일 주요 정책을 쏟아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바라보는 여당의 속내가 편치만은 않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여당의 정책을 훔쳐 장물을 나눠주며 산타 흉내를 내고 있다”며 연금개혁과 상속세 인하 등을 추진하는 이 대표를 맹공했지만, 당내에선 “이슈 주도권이 완전히 야당에 넘어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20일 통화에서 “상속세 인하는 보수의 어젠다”라며 “어제는 이 대표가 100분 토론에 나와 소득세 개편까지 말했다는데 가슴이 턱 막혔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아산 현대차 공장까지 방문했다. 

여권 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이 대표의 정책 선점→국민의힘 반대→야당의 재반박’ 흐름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전날 유튜브 ‘새날 TV’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야당 발목을 잡는 것이 일이다. 민주당이 중도 보수를 맡아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거기에 여당 내에선 강경 지지자들을 의식해 ‘조기 대선 금지령’까지 떨어지며 대선 후보군의 손발도 묶인 상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는 대선 후보라 표가 되는 말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지금 여당에선 대선도 언급 말라는데, 누가 책임지고 대형 어젠다를 던질 수 있겠느냐”고 답답해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실제 연금개혁과 추가경정예산은 지난 1월 31일 이 대표가 “모수 개혁부터 하자”“전 국민 민생지원금도 포기할 수 있다”고 먼저 제안하며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 대표의 제안을 받아 국회의 협의를 요청했고, 약 일주일 뒤인 2월 6일에서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모수 개혁이 손쉽게 될 수 있다면 먼저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일부 수용하며 여당이 뒤따라가는 모양새가 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추경의 경우 이 대표가 다시 민생지원금 포기 발언을 철회한 것은 문제”라면서도 “여당에서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대안도 함께 내야 정부도 움직일 공간이 생긴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울구치소에서 대통령실 참모들을 접견해 “국정운영의 중심은 대통령실”이라 강조했지만, 용산이 개점휴업 상태인 것도 여당이 정책 대결에서 밀리는 원인이란 시각이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윤 대통령 탄핵 전까지만 해도, 언론 인터뷰와 브리핑 등을 활용해 매주 주요 정책 발표를 이어갔지만, 탄핵 이후엔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정 협의 횟수를 늘리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8일 AI경쟁력 강화 방안 등 이달에만 6차례의 당정 협의가 국회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최 대행 체제에선 새로운 정책을 던지기엔 한계가 있어 현상 유지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