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논문 베끼곤 세금 깎아주세요…R&D 부당 세액공제 3년 새 10배 늘었다

허위 자료로 연구 개발(R&D) 세제 혜택을 누린 기업이 과세당국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남의 논문을 베끼거나 일반 직원을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하는 등 수법은 다양했다.

국세청이 지난해 부당한 방법으로 연구개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864개 기업을 적발했다. 픽사베이

국세청이 지난해 부당한 방법으로 연구개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864개 기업을 적발했다. 픽사베이

 
20일 국세청은 부당한 방식으로 R&D 세액공제를 과다하게 받은 기업을 지난해 864개 찾아냈다고 밝혔다. 신고 자료와 현장 정보를 바탕으로 부당공제 혐의를 검증한 결과다. 이들 기업에 부과한 추징금만 270억원에 달한다. 전년보다 126억원(87.5%) 증가했고, 3년 전(27억원)과 비교하면 10배로 늘었다.

수법은 각양각색이다. 재활의학병원 A사는 R&D 활동에 지출했다며 연구ㆍ인력개발비에 대해 세액공제를 신청했다. 하지만 연구보고서 등을 검토해보니 타인의 논문을 복제ㆍ인용하거나 수치와 사진을 단순 변형한 수준이었다. 국세청의 조사가 시작되자 A사와 용역 계약을 맺은 컨설팅 업체는 허위 연구 노트, 해명 자료 등을 대리로 작성해 A사에 전달했다. 불법 컨설팅까지 받은 셈이다.

일반 직원을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하는 것도 흔한 수법이었다. 교육서비스업을 하는 B사는 기획ㆍ홍보ㆍ교육 등을 담당하는 직원ㆍ강사ㆍ관리직원 등을 연구원으로 위장해 인건비 공제 신청을 했다가 들통나 수천만원을 추징당했다. 일반 연구개발(25%)보다 공제율이 높은 신성장ㆍ원천기술, 국가전략기술(40%)로 포장해 과다 세액공제를 받은 69개 기업도 62억원을 추징당했다.

고의적인 범죄도 있지만, 선의의 피해자도 있다. 기업이 R&D의 공제 대상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연구ㆍ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사전심사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C사의 경우 인공지능(AI) 프로그램 관련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의 인건비에 대해 사전심사를 신청했다. 통상 프로그램 출시 이후의 활동은 R&D로 보지 않지만, 국세청은 데이터 수집ㆍ가공, 재학습 등의 과정을 통해 AI 모델의 성능을 개선했다고 보고 적격 판정을 내렸다.


국세청 관계자는 “허위 연구소 설립, 타인 논문 복제 등 지능적 탈세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과세 사각지대를 축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