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D 밴스 미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F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밴스는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뷰에서 "(젤렌스키는) 트럼프를 비난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젤렌스키가 언론을 통해 트럼프를 험담하는 방식으로 트럼프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여기는 건 트럼프를 아는 모든 사람이 알겠지만, 트럼프 정부를 상대하는 끔찍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추진하는 와중에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려서 젤렌스키에게 득이 될 게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밴스의 이번 인터뷰는 젤렌스키가 이날 자국 방송에서 "트럼프는 허위 공간에 살고 있다"고 반격한 직후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위해 지난 18일 미국과 러시아가 첫 고위급 회담을 한 후 트럼프와 젤렌스키는 공개 설전을 주고받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배제된 데 불만을 표출하자 트럼프는 "젤렌스키의 지지율은 4%"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9월 만난 트럼프(오른쪽)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를 두고 젤렌스키가 이튿날 "(트럼프는) 러시아발 허위 정보를 믿고 있다"고 비판하자 트럼프는 젤렌스키에 대해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라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의 맹비난에 러시아는 반색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논란의 여지 없는 사실”이라며 동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엑스에 “도널드 트럼프의 말이 200% 옳다”고 적었고,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국제문제위원장은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적절히 인식하고 정치 지도자들을 평가하는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유럽은 한목소리로 젤렌스키 편에 섰다. 이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젤렌스키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우크라이나의 지도자"라며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젤렌스키의 민주적 정통성을 부정하는 건 한마디로 잘못되고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와 (유럽) 동맹국은 우크라이나의 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가 만났을 당시의 모습. AP=연합뉴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 대통령이 푸틴 같은 폭력배를 편드는 걸 보기 역겹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소속인 존 케네디 상원의원도 "전쟁은 푸틴이 시작했다"며 "쓰디쓴 경험을 통해 푸틴은 깡패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CNN은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승자는 오직 푸틴뿐"이라고 짚었다.
트럼프가 이처럼 푸틴은 놔두고 젤렌스키만 공격하는 이유에 대해선 우선 집권 1기 때부터 푸틴과 가까웠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또 우크라이나에 광물 자원 등 지원 대가를 받아내려는 압박 성격이란 분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종전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둘러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젤렌스키를 깎아내리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