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반도체 등에 관세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국내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계는 오히려 기회를 엿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여러차례 강조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에 보조를 맞춰 미국 현지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이미 수주를 시작한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뿐 아니라 신규 함정 건조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일 HD현대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허드슨연구소에서 '선박 정비-미 해군 조선 및 선박 수리 강화' 대담 프로그램이 열렸다. 허드슨연구소는 미국의 대표적 보수주의 성향 싱크탱크로 꼽힌다. HD현대는 이날 대담에서 미 해군 함정 건조 및 MRO 협력을 통해 지역 내 심각한 해양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미 해군의 인도-태평양 준비 태세 강화, 장기적으로는 미국 조선 산업 기반 강화를 지원하겠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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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에게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HD현대
1600조 원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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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美의회 ‘동맹도 함정 건조’ 법 발의
미국이 번스-톨리프슨법을 수정하려는 이유는 중국의 ‘해양굴기’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해군력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해군 함정 370척을 보유해 미국(295척)을 앞질렀다. 미국 정부는 자체 시설만으로 함선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힘을 빌려 함정 건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학과 교수는 “번스-톨리프슨법이 수정돼 국내 조선사가 미 해군 함정 건조를 수주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내 함정 건조를 원칙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현지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