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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MBC 백분토론에서 자신의 재판과 관련해 “(대통령에 대해서는 형사 재판이) 정지 된다는 게 다수설”이라고 말했다. 조기 대선이 치러져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본인과 관련된 5개의 재판(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위증교사 사건,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법인카드 유용 사건)은 모두 중지될 거라는 취지다.
이같은 발언은 패널로 출연한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전 교수는 이 대표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5월 중 대선이 치러지는데, 그 전에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2심 결과가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 영향을 주느냐”고 물었다. 이 대표가 “저는 (2심 결과를) 낙관한다”고 말하자, 전 교수는 헌법 84조를 거론하며 “기존에 기소된 재판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견해가 갈린다”고 지적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조항이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지만, 이 대표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어서 논란이다. 사상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기소된 사건으로는 재판이 중지되지 않는다는 견해와, 대통령 재임 중에는 모든 재판이 중지된다는 의견이 갈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6월 SNS에서 “거대 야당에서 어떻게든 재판을 지연시켜 피고인을 대통령 만들어 보려 하는 초현실적인 상황에서는 이 논란이 국가적 이슈가 될 것”이라며 ‘헌법 84조 논란’을 처음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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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6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첫번째 공부모임 ‘헌법 제84조 논쟁, 피고인이 대통령 되면 재판이 중단되는가?’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이와 관련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은 재직 중 소추를 받지 아니할 뿐이고, 재직 전 형사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면 그 재판은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며 “만약 재판도 중지시키려 했다면, 헌법을 만들 때 ‘재직 중 형사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는 “대통령이라는 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무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것이 헌법상 취지”라며 “소추라는 개념은 기소부터 처벌까지 모두 포함하는 광범위한 의미로, 재판도 중단되는 게 맞다”고 해석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가지 해석이 서로 대립하고 있고, 각각의 입장이 일리가 있다”며 “선례가 없었던 초유의 사태여서, ‘다수설’이라 할 만큼 논의가 진행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권도 가세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는 이미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라는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은 상황”이라며 “겸허히 2심 결과를 기다리기는커녕, 방송에서 다수설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문제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형사 소추할 수 없다는 게 재판할 수 없다는 규정이 아닌데, 이를 따져보지 않고 입맛대로 해석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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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7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7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규탄단체가 집회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사실 2017년 대선에서도 헌법 84조는 한 차례 논란이 됐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성완종 리스트’ 관련 3심 재판(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을 앞둔 상태로 대선에 출마하면서다. 홍 후보는 당시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 6개월을 받았으나, 대선 석달 전인 2017년 2월 항소심 무죄를 선고 받은 상태였다.
여야의 반응은 지금과 180도 달랐다. 송영길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총괄본부장은 2017년 5월 YTN 라디오에서 “홍 후보의 경우, 헌법 84조가 명시한 ‘재직 중’ 사건이 아니고 이미 기소된 상태”라며 “2심 무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가 되면 대통령직이 상실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홍 후보 측은 “대통령 재임 중에는 진행되던 재판도 정지된다”고 반박했다. 이후 홍 후보는 같은 해 12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홍준표 대구시장. 송봉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