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떠난 심판정, 한덕수 "계엄 국무회의 실체·형식 흠결 있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경제고 대외 신인도다. (계엄은) 우리나라가 이뤄 온 국가의 핵심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만류했다”고 말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한 총리의 탄핵심판 10차 변론 증인신문 직전 대리인인 정상명 변호사와 귓속말을 한 뒤 오후 3시 5분쯤 심판정을 떠나 대기실에서 증언을 지켜봤다.

韓 “국무회의, 절차적·실체적 흠결…다만 판단은 사법기관서”

한 총리는 “대통령님이 다른 선택을 하시도록 설득하지 못했다”면서 “다만 국가 원수가 느끼는 책임과 절박함은 그 자리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계엄에 찬성한 사람이 있었나’ 라는 질문에는 “모두 걱정하고 만류를 했다고 기억한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4차 변론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찬성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증언한 데 대해선 “제 기억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또 “중요한 것은 국무위원들이 좀 모여 우리 대통령을 설득을 해 줬으면 좋겠다 해서 그렇게 하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한 총리는 앞선 수사기관 증언에서 한발 물러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는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대해 “간담회 비슷한 형식이었다”라고 수사기관에서 증언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간담회 발언은 통상의 국무회의와는 달랐다는 취지”라며 “개의 및 종료 절차가 없었다는 사실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느낌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위원의 부서와 국회 통보, 관보 게재가 없었던 게 맞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사진 헌법재판소

윤 대통령이 처음에 국무회의를 소집할 계획이 없어 보였다는 앞선 진술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 마음 속으로 한 생각을 제가 증거도 없이 속단해서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그는 “대통령님이 국무회의를 소집하려고 했는지, 안 했는지는 대통령의 계획이기 때문에 제가 잘 몰랐다”며 “여러 의견을 들어보셨으면 해서 소집을 건의한 것”이라고 했다. 


비상계엄의 요건에 대해서는 “통상의 국무회의와는 달랐고 실체적 형식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국무회의인지 아닌지는 개인 판단이 아니라 수사와 사법기관에서 판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측은 “심의 절차가 없었던 것 아닌가”라고, 반대로 윤 대통령 측은 “실질적인 국무회의가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한 총리를 추궁했으나 더 나아간 답변을 끌어내지는 못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김형두 재판관은 “사법 절차에 있어서의 판단을 대답해 달라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을 물어보는 것”이라며 재차 국무회의에 대한 한 총리의 평가를 물었다. 한 총리는 “제가 말씀을 드린 것은 어쨌든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고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은 하나의 팩트로서 분명히 말씀을 드린다”며 “다만 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재판 시작 약 5분 만에 변호인과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한 총리가 입정하기 전 밖으로 나갔다. 윤 대통령 측은 반대신문에 앞서 “일국의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심판정에 앉아 계시고 총리가 증언하는 것을 대통령이 지켜보는 것이 좋지 않고 국가 위상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 퇴정했다”며 재판부에 양해를 구했다.

한덕수 “다수의 일방적 폭주, 민주주의 기본 아냐”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윤갑근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윤갑근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자리에서 한 총리는 일방적인 정부예산안 삭감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들여 민주당을 비판했다. 12·3 비상계엄 전후 상황을 묻는 윤석열 대통령 측의 질문에 답하면서다.

특히 예산안 자동부의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정말 심각한 입법 시도였다”며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재정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봤다”고 했다. 이어 “권한대행이 된 지 며칠 안 된 때지만 헌법과 법률, 그리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 어떤 욕을 먹더라도 입법화되면 안 되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잇따른 탄핵소추에 대해서도 “헌법 만드신 분들이 그런 조치를 염두에 두고 헌법을 만들었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수의 일방적인 폭주는 정말 민주주의의 기본은 아니다”라며 “많은 분들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 국가 정책이 왜곡되는 데 대한 경고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변론에서는 한 총리에 이어 오후 5시 홍장원 전 국정원 제1차장, 오후 7시 조지호 경찰청장 증인신문이 차례로 예정돼 있다. 두 사람 모두 국회나 수사기관에서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적이 있는 증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