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서도 '대북제재 감시탑' 정상작동…북·러 협력도 겨냥

한·미·일 3국의 주도로 지난해 10월 출범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이 미국에서 첫 번째 운영위원회를 개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에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감시탑은 '정상 작동'한다는 의미다. MSMT는 조만간 공개할 첫 보고서에서 북·러 군사협력을 정조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Multilateral Sanctions Monitoring Team) 관련 발표를 하는 모습. 김 차관 뒤로는 당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 일 외무성 사무차관을 비롯해 MSMT 참여국 주한 대사들이 서 있다. 공동취재단=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Multilateral Sanctions Monitoring Team) 관련 발표를 하는 모습. 김 차관 뒤로는 당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 일 외무성 사무차관을 비롯해 MSMT 참여국 주한 대사들이 서 있다. 공동취재단=연합뉴스

"제재 위반 돕는 자들에 맞서자" 

21일 외교부에 따르면 MSMT의 11개 참여국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제1차 운영위원회를 개최했다. 한국, 미국, 일본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영국 등 11개국이 참여했다. MSMT 참여국들은 이날 공동언론발표문에서 "국제평화와 안보를 굳건히 유지하고 국제 비확산체제를 수호하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으로부터 오는 위협에 대처해 나가는 데 있어 확고한 의지로 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화의 길이 열려 있음을 재확인한다"며 "모든 국가들이 북한으로부터의 지속적인 위협과 북한의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을 용이하게 하는 자들에 맞서 국제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을 용의하게 하는 자들'은 불법 환적, 밀수출 등으로 대북 제재의 우회로를 열어주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앞서 MSMT의 전신으로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4월 15년만에 활동을 종료했다. 러시아가 북한을 두둔하며 패널의 임기 연장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다. MSMT는 전문가 패널과 달리 유엔 울타리 밖에서 활동하지만, 기존에 패널이 수행하던 대북제재 이행 감시와 모니터링 보고서 발간 등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3월 28일(현지시간)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1년 더 연장하기 위한 결의안 표결을 진행하는 모습. 당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와 중국의 기권 등으로 패널의 임기는 종료됐다. 유엔 웹TV 캡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해 3월 28일(현지시간)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1년 더 연장하기 위한 결의안 표결을 진행하는 모습. 당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와 중국의 기권 등으로 패널의 임기는 종료됐다. 유엔 웹TV 캡처

트럼프 2기도 '제재 이행' 의지 표명 

바이든 행정부 시기 탄생한 MSMT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첫 운영위원회를 열고 "확고한 의지의 연대", "대북 제재 결의의 충실한 이행에 대한 참여국들의 공동 결의"를 강조한 건 의미가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북 제재에 있어선 원칙적인 입장을 꾸준히 견지할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영변 핵시설 폐기와 유엔 대북 제재 완화를 맞바꾸자는 김정은의 요청을 면전에서 거절하고 회담장을 박차고 나왔다. 지난 15일 발표된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에도 "안보리 결의의 위반·회피에 단호히 대응해 국제 대북 제재 레짐을 유지하고 강화한다"는 대목이 포함됐다. 

MSMT의 첫 보고서는 한국이 주도해 상반기 안에 공개될 전망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북·러 군사협력 동향 등이 주요 타깃이 될 전망이다. 다만 관건은 유엔 내부에 있던 전문가 패널에 견줄만한 객관성과 중립성, 신뢰도를 유엔 외부에서도 확보할 수 있을지다. MSMT에서 빠진 중국과 러시아가 모니터링팀의 정당성에 대해 비난과 의문을 제기할 여지도 있다. 다만 그간 중·러가 전문가 패널 보고서의 선명성을 희석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만큼 MSMT는 유사입장국 간 연대를 통한 보다 날카로운 제재 위반 감시와 적발이 가능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9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생포한 북한 군인 두 명.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엑스 캡처

지난달 9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생포한 북한 군인 두 명.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엑스 캡처

유엔 기구 "북한군 북송 안 돼" 

이런 가운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영국, 호주 외교장관과 양자 회담을 했다. 조 장관은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장관과 각각 "미국 신 행정부 출범 이후의 대미 관계, 한반도 정세, 불법적인 북·러 군사협력,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 등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나눴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G20외교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외교부

G20외교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외교부

 
조 장관은 또 21일 G20 회의 세션2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이 증가하면서 전쟁이 확대되고 장기화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이 해당 발언을 할 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바로 옆자리에서 이를 묵묵히 듣고 있었다고 한다.

조 장관은 이어 "북한은 이 침략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에 2만 2000여개 컨테이너 분량의 미사일과 포탄을 제공했다"며 "그 대가로 북한은 주변국을 위협할 수 있는 첨단 군사 기술을 제공받으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어떤 시도도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적 군사 협력과 대북 보상의 잠재적 위험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본격화하고 있는 종전 논의에서 북·러 군사협력과 이에 따른 반대급부 제공의 위험성도 비중 있게 고려돼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를 본인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즈 토르셀 OHCHR 대변인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국제인도주의 법에 따르면 전쟁 포로들은 늘 인도적으로 대우받고 모든 상황에서 그들의 명예가 존중돼야 한다"며 "'농 르플르망'(non-refoulement) 원칙에 따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 르플르망'은 국제법상 난민을 박해할 것이 분명한 나라로 강제로 돌려보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