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한 달, 인기 더 올랐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보니

미국인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매일 실감하고 있다. 취임 한 달 새 쉴 틈 없이 몰아친 111번(지난 18일 기준, 행정명령·각서·포고 등)의 ‘대통령령 폭풍’에 미국과 전 세계가 뜨겁게 반응하면서다.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서명한 행정명령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서명한 행정명령을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고무적이다. CBS뉴스가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2월 5~7일 실시) 결과에 따르면 53%가 트럼프의 직무 수행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CBS 조사에서 트럼프에 대한 역대 최고 지지율이다.

트럼프 1기 때 분위기와도 다르다. 트럼프가 첫 당선하고 한 달 뒤인 2017년 2월 조사에서 지지율은 40% 수준이었다. 이후 취임 첫해 동안 지지율은 거의 변동성 없이 제자리걸음을 했었다.  

초반 지지율, 오바마·바이든에 뒤져

하지만 역대 다른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열세다. 갤럽 조사(1월 21~27일 실시)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47%로 첫 임기 때(45%)보다 소폭 올랐다. 그러나 1·2기의 전임자들인 버락 오바마(68%), 조 바이든(57%)에는 훨씬 못 미친다. 같은 공화당 대통령 중 초기 지지율이 낮은 편이었던 로널드 레이건(51%), 조지 H. W. 부시(51%) 등에 비해서도 저조한 성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트럼프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흐름을 보이는 것에 대해 ‘정치적 양극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극성 지지층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열광적인 지지만큼이나 ‘반트럼프’ 맞불 여론도 여전히 강경하기 때문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실제로 퓨리서치센터 조사(1월 27~2월 2일 실시)에선 ‘1년 후 경제 상황’을 묻는 말에 공화당 지지층의 73%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반면,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64%가 “더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전체 응답자로 보면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이 ‘개선’(40%)·‘악화’(37%)·‘비슷할 것’(23%) 등으로 낙관론과 비관론이 비등하다. 결국 실물 경기보다 ‘트럼프’라는 키워드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트럼프의 공약 이행률에 대해선 다수가 긍정하고 있다. 특히 CBS 조사에서 “(트럼프가) 공약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응답은 70%에 달했다. “기대보다 덜 하고 있다”는 응답은 9%였다.  

같은 조사에서 트럼프에 대한 인상도 “강인하다(tough)”(69%), “활기차다(energetic)”(63%), “집중력이 있다(focused)”(60%), “효과적이다(effective)”(58%), “능숙하다(competent)”(55%) 등의 응답이 높게 나왔다.  

대중국 관세엔 찬성, 우방엔 반대 

트럼프가 취임 직후부터 쏟아낸 정책 중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은 불법 이민자와 관련한 것이다. CBS 조사 결과에 따르면 64%가 ‘이민자들의 월경을 막기 위한 미군의 미국-멕시코 국경 파견’에 찬성했다. 또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이민자 추방 정책’에 대해서도 59%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의 대표 정책인 ‘관세 폭탄’에 대해선 상대국에 따라 반응이 엇갈렸다. ‘중국산 추가 관세’에 대해선 56%가 찬성했지만, 캐나다·멕시코·유럽 등 우방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에는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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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의 54%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처리 방식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가 지난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내놓은 ‘가자지구 인수’ 구상에는 13%만 “좋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반대는 47%, “확실하지 않다/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응답은 40%였다.  

“과도한 구조조정, 역풍 맞을 수도”

트럼프가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건에 연루돼 처벌받은 인사들을 사면한 것에 대해선 부정 여론(58%)이 더 높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산 감축 대상에 올린 연방 기관들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도 눈에 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유고브에 의뢰해 조사(2월 2~4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기관들에 대한 긍정 응답은 국립기상청(76%), 질병통제예방센터(63%), 연방항공청(62%), 식품의약국(61%), 교통안전청(59%), 연방수사국(57%), 연방재난관리청(55%) 등이었다. 이와 관련, 전문가 사이에선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효율부(DOGE)의 연방정부 구조조정 등 과도한 예산 감축 노력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19일 미국 워싱턴 DC의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열린 '기금을 동결하지 말라'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연방 공무원에 대한 불법 해고를 멈춰라"는 내용이 적힌 종이봉투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19일 미국 워싱턴 DC의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열린 '기금을 동결하지 말라'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연방 공무원에 대한 불법 해고를 멈춰라"는 내용이 적힌 종이봉투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플레이션 등 경제 상황도 악재 요소다. 미국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반영하는 소비자심리지수(미시간대 발표) 추이를 보면 67.8(지난 7일)로 지난해 7월(66.0)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상대를 가리지 않는 무리한 관세 폭격에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급기야 가격이 오르기 전에 식료품 등을 사재기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일부 외신에선 ‘파멸 소비(doom spending)’란 용어까지 쓰기 시작했다. 이는 트럼프의 과격한 정책이 미국인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