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불법체류자 잡아 악명 높은 관타나모로 압송…변호인 조력 못받는 처지

관타나모에 수용됐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베네수엘라 국적 불법 이민자들. 로이터=연합뉴스

관타나모에 수용됐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베네수엘라 국적 불법 이민자들. 로이터=연합뉴스

 
추방 명령을 받은 미국 내 불법 이민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쿠바 관타나모 해군 기지 구금시설로 속속 압송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관타나모 기지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당시 테러 혐의 용의자를 감금했던 악명높은 곳이다. 이 때문에 인권 단체들은 불법 이민자를 관타나모로 밀어내는 당국의 추방 행정에는 불법적 요소가 다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이민 및 군 당국은 지난 4일부터 불법 이민자들을 관타나모로 이송하는 항공편을 매일 띄우고 있다.

불법 이민자 추방 항공편을 추적하는 단체인 ‘국경의 증인’은 이날도 추방 대상자들이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에서 관타나모로 왔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앞서 고위험 불법 체류자 10명이 지난 4일 처음으로 관타나모에 구금됐다고 밝혔는데, 이들이 본국 또는 다른 적절한 목적지로 옮겨질 때까지 관타나모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구금시설에 불법 체류자를 보내는 것은 “관타나모로 불법 이민자를 보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타나모 수용시설을 3만명 규모로 확장하길 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관타나모에 수용된 인원 중 일부는 본국으로 송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적자 177명은 이날 자국 수도인 카라카스로 떠나는 항공편을 타고 이날 관타나모를 떠났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당초 추방된 자국 이민자 수용을 거부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 등으로 위협하자 미국에 수용된 모든 자국인 불법 체류자를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관타나모로 이송되는 이민자들은 이송 사실을 사전에 고지받지 못하고 있고, 이송 후에도 변호인 등의 조력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관타나모 수감자 친척과 인권 단체들은 수감자가 변호사와 직접 통화할 권리 등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국방부와 국토안보부는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최근 관타나모에 수감된 사람들은 모두 베네수엘라로 추방 명령을 받은 사람들이라면서 “매우 제한된 적법 절차 권리만을 보장받기 때문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관타나모에 억류된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A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