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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한 소규모 토종닭 농장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도 야생 조류와 가금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발병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19일까지 국내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사례는 37건, 가금농장은 35건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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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지역의 한 식료품점에 계란이 매진됐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EPA=연합뉴스
더 많아진 2월 철새에 방역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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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세계적 철새도래지인 충남 서산 천수만에 국제적 보호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 4000여마리가 떼지어 머물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전라북도의 철새 도래지가 요주의 대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한달 새에 전북 가금 농장을 중심으로 고병원성 AI가 검출되자 20일 부안군 새만금 철새도래지의 방역 실태를 점검했다. 철새가 북상할 때까지 고강도의 '차단 방역'(철새 도래지와 인근 가금농장 사이 바이러스 이동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 이어질 전망이다.
진화하는 바이러스, 국내 인체 감염도 시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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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부터 2월 19일까지 국내서 검출된 고병원성 AI 현황. 사진 환경부 국립 야생동물질병관리원
미국에서는 지난해 3월 포유류-포유류(인간) 간 AI 감염이 일어난 첫 사례가 발견됐다. 고병원성 AI의 일종인 'H5N1' 바이러스가 젖소를 감염시킨 데 이어 젖소를 통해 인간까지 감염시켰다. 사람이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는 일은 종종 있지만, 포유류를 통한 인체 감염은 처음이다. 바이러스가 진화한다면 인간 대 인간 감염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 인간 감염 사례는 아직 없지만,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과 교수는 "북미에서 내려간 H5N1 바이러스가 남미에서 물범류를 집단 폐사시켰고 남극 세종과학기지 부근에서도 이런 모습이 관찰돼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H5N1이 전세계에서 포유류를 감염시키며 점점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야생조류와 가금 농장서 검출된 고병원성 AI도 대부분 H5N1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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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전남 나주시의 한 농장에서 오리가 더위에 지쳐 쉬고있다. 연합뉴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위험을 막으려면 가축 사육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과학계는 야생 조류에 있던 저병원성 조류 AI가 인간의 가축 사육 시스템을 만나 고병원성으로 진화하고 종간 이동까지 하는 등 진화하는 것으로 본다. 동물권 단체인 동물해방물결은 최근 논평에서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동물을 집약적으로 사육하는 방식은 바이러스가 빠르게 변이하고 확산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면서 좁은 공간에 다수 동물을 사육하는 방식의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