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빠진 상속세 개편 논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쏘아 올린 상속세 개편 이슈가 경제계에서 논란이다.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면서 정작 상속세 부담 완화의 핵심인 상속세율 인하에는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를 향해 ‘위장쇼’ ‘C급 짝퉁’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6단체도 20일 공동성명을 내고 상속세율 인하를 촉구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속세 개편 논의는 이 대표가 14일 정책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상승한 주택 가격과 변한 상황에 맞춰 상속세를 현실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며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세금 낼 돈 없어 ‘물납’했다 끝내 폐업… 기업 잡는 상속세율
민주당은 상속세 공제 한도를 높여 18억원(일괄공제 8억원·배우자공제 10억원)까지는 집을 팔지 않고도 상속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1가구 1주택이어도 10억원 정도 공제액을 가지고는 상속세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현실에 맞춰 기본·배우자공제 금액을 각각 8억원과 10억원으로 올리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경기도 안산시화공단. 최기웅 기자 [그래픽=남미가 기자]](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22/a7899694-1a3d-444c-9407-9dfa9c16f91f.jpg)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경기도 안산시화공단. 최기웅 기자 [그래픽=남미가 기자]
특히 한국에는 1992년 도입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있다.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주식평가액을 20% 할증한 뒤 상속세율을 적용한다. 부(富)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취지인데, 이 때문에 경영권을 가진 기업인의 상속세율은 최대 60%로 치솟는다. ‘징벌’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에 회사 지분을 팔거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속세 구조는 경영권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자동차 부품을 만들던 B사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회사 자산을 내다 팔면서 경영권이 넘어갔다. 창업주가 특허 기술을 보유한 엔지니어여서 매출이 적지 않았지만, 100억원대의 상속세 때문에 경영난에 허덕이다 최근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됐다. 손톱깎이 세계 1위였던 쓰리세븐(777)도 150억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마련할 길이 없어 결국 다른 기업에 상속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권을 넘겨야 했다.
중소기업은 ‘가업상속공제’를 이용할 수 있지만, 공제 조건이 엄격해 이용률이 낮은 편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기업은 연평균 80여 곳에 그친다. 비슷한 방식으로 상속공제를 허용하고 있는 독일의 연간 1만3000곳에 비해 1%도 안 된다. 이 연구원의 김희선 책임연구위원은 “상당수 중소기업이 가업 승계 과정에서 세 부담으로 인해 회사를 접거나 매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여야의 공통분모인 상속세 공제 한도 상향을 먼저 논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상속·증여세 공제액 한도 확대뿐 아니라 세율 조정, 최대주주 할증 폐지 문제 등의 (발의) 법안이 많이 나와 있다”며 “여야 간사가 소위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