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국 언어장벽 걱정없다…경주 APEC 기발한 '투명 창' [르포]

21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 안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모습을 한 아바타가 방문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21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 안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모습을 한 아바타가 방문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21일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 내 화백컨벤션센터(HICO). 로비에 설치된 한 키오스크가 눈에 띄었다. 약 2m 크기의 키오스크 가운데 설치된 커다란 화면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모습을 한 아바타가 띄워져 있었다.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키오스크 안의 아바타는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영어로 근처의 가볼 만한 관광지를 묻자 영어로 답을 했다. 베트남어로 질문하면 베트남어로, 태국어로 질문하면 태국어로 답변했다.

키오스크 인근에는 외국어와 한국어를 통·번역해 투명한 화면에 띄우는 기기도 설치됐다. 일본어로 근처 편의점이 어디 있는지 묻자 화면에 한국어로 번역된 문장이 떴고, 카운터에 앉은 직원이 한국어로 답변하면 일본어로 번역된 답변이 송출됐다.

21개국서 모이는 SOM1 준비 한창

이들 기기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고위관리회의(SOM1)에 대비해 설치됐다. APEC 정상회의에는 21개 회원국에서 온 방문자들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해 실시간 통번역이 필수적이다. 이 기기는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종합 안내 서비스를 할 수 있어 언어장벽을 뛰어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21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 설치된 실기간 통번역 기기를 통해 방문객과 직원이 소통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21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 설치된 실기간 통번역 기기를 통해 방문객과 직원이 소통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24일부터 진행되는 SOM1은 APEC 정상회의에서 다룰 의제 등을 논의하는 첫 대규모 사전회의다. 각국 대표단 등 2000여 명이 참가해 총 28개 회의체에서 100여 차례 회의를 진행한다. 경북도와 경주시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리다. 그런 만큼 경북도와 경주시는 SOM1 개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각국 대표단이 회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회의실 인프라 구축부터 수송·숙박·의료 등 지원 준비에 신경을 쓰고 있다. 회의장 구조와 편의시설, 이벤트 안내뿐만 아니라 경주의 주요 관광지, 문화유산, 식당, 교통정보 등을 모두 학습한 AI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 키오스크를 설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회의장 바깥엔 투명 에어돔 설치

실제 SOM1 개최를 사흘 앞둔 21일 한국적인 전통미를 부각한 인테리어로 HICO 안팎이 꾸며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야외전시장에는 각종 공연과 행사가 열릴 투명 에어돔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SOM1 기간 동안 투명 에어돔 안에서 한복패션쇼, 태권도 시범, 서커스, 하회별신굿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오징어게임을 모티프로 한 전통놀이 체험도 진행된다.

21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 야외전시장에 경주APEC SOM1 행사를 위한 투명 에어돔이 설치되고 있다. 김정석 기자

21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 야외전시장에 경주APEC SOM1 행사를 위한 투명 에어돔이 설치되고 있다. 김정석 기자

21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 야외전시장에 경주APEC SOM1 행사를 위한 투명 에어돔이 설치되고 있다. 김정석 기자

21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 야외전시장에 경주APEC SOM1 행사를 위한 투명 에어돔이 설치되고 있다. 김정석 기자

 
HICO 내 회의장 안에도 국제회의에 적합한 최고 수준으로 영상 프로젝터를 설치했다. APEC은 문서 없는 회의를 표방하고 있어 회의장에서 직접 송출되는 회의자료 화상도가 중요하다.  

대표단이 입국한 뒤 SOM1 행사장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계획도 꼼꼼히 수립했다. 입출국을 위한 수송거점을 김해공항과 경주역으로 지정했다. 수송거점에서 숙소와 행사장이 있는 보문관광단지를 오가는 차량을 매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운행한다.

주요 행사들이 이뤄질 HICO 안에는 의무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영어가 능통한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이 상주한다. 응급환자 이송을 위한 구급차를 2대도 대기할 계획이다. 동국대경주병원, 포항성모병원, 울산대병원 등 10개 전담협력병원도 운영한다.

21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 인근에 경주APEC SOM1 행사 기간 중 운영되는 셔틀버스 수송계획이 적힌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김정석 기자

21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 인근에 경주APEC SOM1 행사 기간 중 운영되는 셔틀버스 수송계획이 적힌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김정석 기자

 

의료·숙박·교통·관광 다방면 지원

회의뿐 아니라 대표단이 머물 숙소도 신경 썼다. 경주 APEC 준비지원단은 대표단을 위해 5개 호텔을 지정했다. 지정호텔에는 안내 인력, 자원봉사자들이 있는 전용 안내데스크를 설치해 통역, 교통 안내, 관광지 소개, 추천 식당 안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국 대표단이 회의장을 넘어 경주 곳곳을 탐방할 수 있는 관광코스 또한 운영된다. 석굴암·불국사를 둘러보는 세계문화유산 코스와 경주박물관·첨성대·대릉원을 잇는 역사유적 월성지구 코스, 첨성대·월정교·동궁과 월지를 잇는 신라의 달밤 코스, 자연생태 코스, 산업투어 코스로 구성될 예정이다.  

21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 안에 경북도와 경주시를 홍보하는 홍보관이 설치돼 손님 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21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 안에 경북도와 경주시를 홍보하는 홍보관이 설치돼 손님 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21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 안에 설치된 홍보관에 경북도의 관광기념품이 전시돼 있다. 김정석 기자

21일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 안에 설치된 홍보관에 경북도의 관광기념품이 전시돼 있다. 김정석 기자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정상회의의 포문을 열 SOM1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대표단들이 경주에서 회의하고, 관광하고, 맛보고, 체험한 순간순간이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