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내연녀 불질러 죽이고 "미안하지 않다"…징역 35년 확정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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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관계였던 여성을 불을 질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징역 35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특가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63)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35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대법원은 “A씨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들과의 관계,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뒤 정황 등을 고려해 볼 때 원심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에 대한 30년간의 위치추적 장치 부착 명령도 유지하기로 했다.

A씨는 2022년 12월 13일 오후 1시30분쯤 대구시 동구 신천동에 있는 한 성인 무도장에 불을 질러 업주 50대 여성 B씨를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B씨와 교제할 당시 다른 남성과 자주 어울려 다닌다는 이유로 자주 다퉜다. A씨의 사업에 투입된 B씨의 투자금 반환 과정에서도 다툼이 벌어졌다.

2022년 11월 이들은 관계를 정리했는데 이후 B씨가 강간과 사기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하자 A씨는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A씨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차량 정비업소 유니폼을 입은 채 B씨가 운영하던 무도장에 갔다. 이어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B씨의 얼굴과 상체에 뿌리고 휴대용 점화기로 불을 붙였다. 이 과정에서 B씨가 사망했고 근처에 있던 인터넷 설치기사 C씨 등 2명도 최대 전치 10주의 화상을 입었다. 과거 A씨가 이 사건과 유사한 범죄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수사기관 조사에서 드러났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특가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63)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35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뉴스1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특가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63)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35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뉴스1

2023년 7월 대구지법은 A씨에게 징역 30년 형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보복 목적으로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다친 사람을 방치하는 등 잔혹하고 비인간적·반사회적인 범행을 했다”며 “유족과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재범 위험성이 커 장기간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사기 혐의로 2년 2개월형이 추가돼 총 32년 2개월간 수형 생활을 하게 됐다.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대구고법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35년형을 선고했다. A씨가 사기죄 누범 기간인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늘린 것이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방화 범행 뒤 모텔로 도주했고 체포된 뒤 C씨에겐 미안하지만 다른 피해자들에겐 미안하지 않단 취지로 말했다”며 “A씨가 과거 교제하던 여성이나 배우자를 상대로 비슷한 방화 범행을 저지른 적 있고 사기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