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이 5일 한전과 UAE원자력공사(ENEC)의 합작투자로 설립된 바라카원전 운영사(Nawah Energy)의 UAE 바라카원전 4호기가 성공적으로 상업운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바라카원전 4호기 모습.(한국전력 제공) 뉴스1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10억 달러(1조4000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을 놓고, 한국전력과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양측이 결국 법적 분쟁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전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김동철 한전 사장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비공개로 만나 추가 비용 처리 문제를 협의했으나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추가 공사 대금 정산을 한전에 요구하고 있지만, 한전은 UAE 측과 협의를 통해 추가 비용을 정산받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UAE 바라카 원전은 2009년 한국이 처음 해외에서 수주한 원전 사업이다. 한전이 주도한 컨소시엄이 약 20조원 규모의 사업을 따냈고 여기에 한수원, 국내 건설사 등이 협력사로 참여했다. 지난해 4기 모두 상업 운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계약 초기 예상했던 것보다 건설 기간이 길었고, 원자재·인건비 등 관련 비용도 더 많이 들면서 추가 비용 문제가 발생했다.
최근 사장단 협의에선 한수원의 청구 내용 중 일부를 우선 지급하는데 양측이 모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 정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전은 “입증 자료를 제출받아 증빙의 타당성이 확인되면 비용을 지급할 계획이지만 (한수원이)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수원은 “한전은 이러한 합의를 번복하고, 계약 관계를 호도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동철 한전 사장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자회사인 한수원이 모회사인 한전을 상대로 추가 정산금을 요청하는 것을 두고 유감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 계약에 따라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양측은 이미 법정 다툼을 대신할 로펌을 각각 선임했다.
이날 한전 측은 “한수원에 청구 내역에 관한 계약적 근거와 비용 증빙 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해 왔고, 한수원이 제출한 증빙의 타당성이 검증되면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이미 수년에 걸쳐 충분한 증빙을 제출했고, 추가 제출도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는 한전도 알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