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선도 이대남‧이대녀 갈라졌다…“틱톡과 인스타에 영향”

독일 총선의 선전을 이끈 하이디 라이히네크 좌파당 원내대표가 23일 총선 직후 출구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총선의 선전을 이끈 하이디 라이히네크 좌파당 원내대표가 23일 총선 직후 출구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총선에서 청년들의 표심이 극우와 극좌로 양극화됐다는 분석이 현지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청년층 가운데에서도 남성은 우파에, 여성은 좌파로 기우는 ‘이대남’, ‘이대녀’ 현상 역시 나타났다고 한다.

24일(현지시간) 독일 WDR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18~24세 청년층의 25%는 극좌인 좌파당에, 21%는 극우인 독일대안당(AfD)에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총선에서 좌파당은 8.8%를 득표해 5위에 머무른 군소 정당이다. 독일대안당 역시 총선에서 20.8%의 득표율로 2위에 올라섰지만, 극우 의혹에 기성 정당에 배척받으며 변방에 머무른 탓에 중앙 정계 활동 경력이 일천하다.

그런데도 2021년 총선에 비해 청년층 득표율의 경우 좌파당은 17%포인트, 독일대안당은 14%포인트를 더 획득했다고 한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 28.6%의 득표율로 집권 정당에 오른 중도우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 연합은 청년층에서 13%만 득표해 3위에 그쳤다.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D)도 12% 득표율로 4위에 그쳤다.

알리스 바이델 독일대안당 대표가 23일 총선 직후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알리스 바이델 독일대안당 대표가 23일 총선 직후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또 도시 거주 젊은 여성의 35%가 좌파당에 투표하는 등 ‘이대녀’ 현상 역시 두드러졌다고 한다. 정치 컨설턴트 요하네스 힐리는 “젊은 여성은 좌파에, 젊은 남성은 우파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청년들의 정치 양극화에 대해선 소셜미디어인 틱톡과 인스타그램이 1차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청년들이 즐겨 찾는 소셜 미디어를 좌파당과 독일대안당이 공략했다는 얘기다. 좌파당의 아이콘인 원내대표인 하이디 라이히네크의 틱톡 팔로워는 57만명, 독일대안당 대표인 알리스 바이델의 팔로워는 93만명에 달한다. 차기 총리에 유력한 기민당 대표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팔로워가 9만명에 불과하다.

틱톡의 최대 수혜는 좌파당이 봤다. 내부 분열로 당이 쪼개지며 좌파당은 한동안 지지율 3%대를 넘지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라이히네크가 메르츠를 공격하는 영상이 틱톡으로 편집돼 동영상 조회수가 700만 번을 넘으며 좌파당 지지율 역시 급상승세를 탔다.

독일 총선 결과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독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

독일 총선 결과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독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

 
‘이대남’, ‘이대녀’ 현상의 경우 독일에선 이번 총선 뿐 아니라 2021년 총선에서도 관찰된 현상이다. 독일에서는 청년 남성의 우파화, 청년 여성의 좌파화에 대해 여성 교육의 증가, 남성 빈곤층의 반감 등이 거론돼왔다.

정당들이 이런 지형을 선거운동에 이용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독일대안당의 일부 후보는 틱톡을 통해 “진짜 남자는 우파이고, 이상을 품고 있고, 애국자다. (진짜 남자가 된다면) 여자친구와도 잘 지낼 것이다”는 내용의 선거전을 펼치기도 했다.

독일의 페미니스트 잡지 엠마는 여성들이 이번 총선에서 환경정당인 녹색당 보다 좌파당에 표를 던졌다면서 “기후 변화가 선거 이슈에서 사라지고, 여성들이 관심을 갖는 핵전쟁 위협에 녹색당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