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00엔당 원화가치는 11일 오전 10시 기준 연초(941.34원)보다 5.7%급락(원엔 재정환율은 상승)한 995원을 기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00엔당 원화가치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연초(941.34원)보다 5.7% 급락(원엔 재정환율은 상승)한 995원을 기록했다. 2023년 4월 26일(1000.98원) 이후 22개월여 만에 가장 낮았다. 원화값이 100엔당 855원까지 급등해 일본 여행이 몰렸던 지난해 여름과 비교하면 ‘수퍼엔저(엔화가치 하락)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

신재민 기자
원화가치가 단숨에 100엔당 990원대로 급락(환율 상승)한 것도 미국 달러 대비 엔화 절상 폭이 원화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가치(주간 종가 기준)는 연초 이후 5.7% 오른 1458.2원에 마감했다. 같은 기간 달러당 엔화값은 6.4% 뛰었다.
일본은행(BOJ)이 상반기 중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엔화가치 오름세를 부추긴다. 최근 물가가 오르고, 일본 최대 노동조합 렌고가 임금 협상에서 32년 만의 최고 수준인 6%대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로이터ㆍ블룸버그 통신은 BOJ의 금리 인상 조건인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5월 추가 금리 인상 확률이 높아졌고 분석했다. BOJ는 지난 1월 기준금리를 17년 만의 최고 수준인 연 0.5%로 인상했다.
일본 금리가 들썩이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도 재점화됐다. 일본 국채금리가 뛰면 글로벌 투자자는 그동안 엔화를 빌려 투자했던 자산을 청산하고, 일본 내 자산으로 자금을 옮길 수 있다. 문제는 대규모 엔 캐리 청산이 나타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 둔화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커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엔화 강세에 원화가치는 100엔당 1000원 선도 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달러 약세와 엔고 흐름은 시장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아 엔 캐리가 발작적으로 청산될 것 같지는 않다”며 “오히려 미국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 미치는 파급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