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현안질의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법원행정처장으로서 사법부의 독립성과 사법체계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대단히 경솔한 발언이었다”며 “천 처장에게는 한번 이뤄진 결정을 번복하도록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는 위헌”이라며 “헌재 판례가 명확하므로 상급심에 가도 기각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천 처장이 과거 더불어민주당을 두둔해왔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17일 조배숙 의원이 ‘이 대표가 재판을 고의지연시킨다’고 지적하자 천 처장은 ‘그렇게 평가하긴 쉽지 않다’고 답했다”며 “이번에는 검찰의 즉시항고를 비판하는 식으로 다시금 민주당 편을 들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의원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 뒤 “즉시항고가 위헌성이 높다면서도 즉시항고를 제기해 상급심 판단은 받아야 한다는 게 천 처장 입장”이라며 “검찰로 하여금 위헌적인 즉시항고를 제기하라고 종용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이어 “구속 기간뿐만 아니라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지 자체가 문제”라며 “민주당은 이를 외면하고 구속 기간만 문제삼는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법원행정처장이 법관의 재판을 비판하고 검찰을 수사 지휘하는 전대미문의 해괴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며 “법원행정처장은 법원의 사법행정을 감독하는 자리지 법관의 재판을 감독하는 자리는 아니다”고 적었다. 김기현 의원은 “천 처장이 스스로 법원 판결의 권위를 훼손했다”며 “즉각 사과하고 발언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결이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12·3 비상계엄 이후 줄곧 탄핵을 찬성해온 김상욱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검찰청이 즉시항고든 보통항고든 반드시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계속 날로 계산하다 시로 계산한 것, 이후 다시 전국 검사에게 날로 계산하라고 한 것 모두 앞뒤가 안 맞는다”며 “법적 안정성을 위해 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은 “검찰이 법원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천 처장이 법적 불안정성 때문에 한 말로 이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