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약한 고리' 노출하나…美패트리엇 중동 '돌려막기'에 군은 "확대해석 경계"

미국이 한반도에 배치된 주한미군 방공체계인 패트리엇 일부를 중동으로 옮기는 것과 관련해 군 안팎에선 대북대비태세를 둘러싼 한·미동맹의 약한 고리가 노출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오판으로 이어져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4일 한·미 군 당국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달 주한미군 패트리엇 최소 1개 포대를 중동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에 합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당 조치에 대해 "한·미 협의 하에 일시적 순환배치 개념으로 패트리엇이 수개월 간 빠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패트리엇이 다시 돌아오는 시점은 3개월 이내라고 한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한반도에 첫 배치된 패트리엇이 순환배치 대상에 포함된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고도 15∼40㎞의 하층부를 방어하는 패트리엇(PAC-2·PAC-3)은 고도 40∼150㎞를 담당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와 함께 주한미군의 대표적 한반도 방공 요격체계로 꼽힌다. 여기에 한국 군의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천궁-Ⅱ' 등이 다층 방어망을 이루고 있다. 2027년 고도 50∼60㎞ 중·상층을 맡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이 실전 배치되면 더욱 촘촘한 방공망이 형성될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2023년 6월 22일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한 가운데 공사 차량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사드 기지 정상 운영 막바지 준비를 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2023년 6월 22일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한 가운데 공사 차량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사드 기지 정상 운영 막바지 준비를 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주한미군 측은 이번에 순환배치되는 패트리엇의 수량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예비용 보관 전력으로 남겨둔 2개 포대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작전 중인 8개 포대와는 별개로 작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순환배치 대상을 합의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를 놓고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주한미군 감축, 방위비 분담 압박 등 기존 트럼프의 언급과 맞물려 한반도 안보가 미국 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순환 배치 기간이 3개월 미만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향후 한반도에 재배치 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앞서 공개된 미 국방부의 기밀 문건인 '임시 국가 방어 전략 지침'에는 미국이 대중 견제를 최우선으로 하고 동맹국들에게 북한, 러시아 등의 위협을 억제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주한미군 역할이 동북아로 확대되면서 중동 등 전 세계로 재배치되면 한반도 안보 공백은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군사 전문가는 "동맹을 느슨하게 만드는 약한 고리가 노출됐다는 점까지 부인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반면 단순 순환배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패트리엇은 '신속 배치'의 개념으로 미국이 운용하는 자산"이라며 "한반도보다 중동 상황이 급하니 잠시 돌려서 활용한다는 의미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당국 역시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군 당국자는 "기갑여단 같은 주한미군 전력을 순환배치 한 전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패트리엇 순환배치 이후에도 한·미의 대비태세는 100%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걸프 전쟁 중이던 1991년 2월 12일 이스라엘에 배치된 미군의 패트리엇 미사일이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로 날아오는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다. 사진 이스라엘 정부

걸프 전쟁 중이던 1991년 2월 12일 이스라엘에 배치된 미군의 패트리엇 미사일이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로 날아오는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다. 사진 이스라엘 정부

일각에선 이번 조치를 계기로 한국의 자위권과 관련한 생산적인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이번 패트리엇 포대 재배치는 우리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라고 알고 있는 개념이 구체화·가시화되는 신호탄일 수 있다"며 "이를 두고 불필요한 논쟁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 보다 자강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