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장흥군 장평면 임리에 조성된 유학마을의 모습. 장흥군은 2004년 폐교한 장평초 임리분교를 철거해 유학마을을 조성, 10가구 34명이 입주했다. 사진 장흥군
지난 3일 오후 전남 장흥군 장평면 임리 ‘유학마을’. 옛 장평초 임리분교를 철거하고 조성한 마을에 어린이집 통학 차량 1대가 들어섰다. 집 앞에서 기다리던 한 학부모는 교사와 인사를 한 뒤 차량에서 내린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들어섰다.
유학마을은 다른 시·도에서 유학 온 가정을 위해 폐교 부지(1만2966㎡)에 새로 조성한 마을이다. 장흥군은 지방소멸대응기금 30억원을 투입해 조립식 주택 10채(15평 5채·18평 5채) 를 만들었다. 집 안에는 TV·냉장고·에어컨·세탁기·전자레인지·책상·의자·옷장 등 유학생활에 필요한 가전·가구를 설치했다.
입주하려면 장평초·장평중학교에 자녀를 입학시켜야 하며, 부모 중 1명과 자녀의 거주지를 장흥으로 옮겨야 한다. 입주한 유학 가정은 보증금 없이 평수에 따라 각 12만원과 14만원의 월세만 내면 된다. 장흥군 관계자는 “입주자들의 요청에 따라 공용텃밭 20~30평 조성도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시골 학교도 마을도 ‘활기’

지난 3일 오후 전남 장흥군 장평면 임리에 조성된 유학마을 한 주택에서 이정훈씨가 집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유학마을 조성으로 어린 학생들과 젊은 학부모들이 이주하면서 조용하던 시골 마을이 활기를 되찾았다. 인근 주민들은 “추억이 담긴 폐교는 사라졌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되살아나 기쁘다”는 반응이다. 유학마을 주변에 사는 염기홍(66)씨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았던 모교가 새로운 모습으로 이주민을 맞이한 후 마을에 웃음꽃이 핀 것 같다”고 말했다.
“TV 보던 아이들, 이제 하늘의 별 봐요”

전남 장흥군 장평초등학교에서 지역 학생들과 타지에서 전학 온 유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장흥군
경기 시흥에서 살다가 아이 유학을 위해 장흥을 찾은 차윤희(53·여)는 “중학교 1학년 아들이 주말이 끝날 무렵만 되면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반복했는데 장흥에 온 뒤 변했다”며 “하교 후 집에서 스마트폰과 TV만 보던 아들이 이제는 친구들과 밖에서 노느라 전자기기를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시골에 정착하고파”…유학마을 추가 조성

지난 3일 오후 전남 장흥군 장평면 임리에 조성된 유학마을 한 주택에서 차윤희씨가 집 내부를 정돈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당시 학부모들은 방문한 학교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체험 활동과 방과 후 수업 등 교육 프로그램 설명을 듣고 유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유학 기간은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으며, 중학교 3학년까지 유학마을에 거주할 수 있다.
서울과 경기, 충남, 대전,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유학 온 가족들은 “아이가 원할 때까지 장흥에 머물고 싶다”고 했다. 충남 아산에서 온 박정민(43·여)씨는 “아이들을 위해서 결정한 유학인 만큼 아이들이 원한다면 지금은 전세를 내준 아파트를 정리하고 장흥에 집을 마련해 정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흥군은 장평면 우산리에도 유학마을을 추가로 조성 중이다. 내년 3월 입주를 목표로 사업비 20억원을 투입해 조립식 주택 6개 동을 설치한다. 김성 장흥군수는 “지방소멸에 대응해 인구 유입이 지자체 핵심 과제로 떠오르는 상황”이라며 “유학마을 조성이 성공적인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남 장흥군 장평면 임리에 조성된 유학마을의 모습. 장흥군은 2004년 폐교한 장평초 임리분교를 철거해 유학마을을 조성, 10가구 34명이 입주했다. 사진 장흥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