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달러’ 원하는 트럼프, “마러라고 합의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이 달러 가치 조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큰 건 환율이 가진 상쇄 효과 때문이다. 실제 2019년 미·중 무역분쟁 당시 중국은 위안화를 절하해 미국이 부과한 관세 효과의 4분의 3 이상을 상쇄했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무역·재정적자)’가 기축통화인 달러의 구조적 강세 때문이라는 시각도 환율 전쟁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다른 나라들이 기축통화인 달러를 준비 자산으로 쌓아두면서, 달러 가치가 과도하게 올라갔고 이로 인해 미국 수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자국 제조업 부활을 내건 트럼프 정부로써는 달러 강세를 반드시 꺾을 필요가 있다.
관세 완화 빌미로 “약달러, 100년물 국채 강매 가능성”

김주원 기자
문제는 달러 약세를 인위적으로 만들 때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이다.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누리려면, 그만큼 강한 수요(달러나 미국 국채 매수세)가 있어야 하고, 그럼 어느 정도 달러 가치는 유지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달러 강세가 지속하면 경상수지 적자는 누적된다. 결국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서는 경상수지 적자를 피할 수 없다는 이른바 ‘트리핀 딜레마’가 발생한다.

김주원 기자
미란은 해당 보고서에서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100년 물 미국 국채(century bonds)’를 동맹국에 사실상 ‘강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맹국에 미국 정부가 초장기로 공짜에 가깝게 돈을 빌려 장기간 달러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약달러에도 달러의 기축통화로써 패권은 계속될 수 있다는 게 미란의 생각이다. 미란은 “관세라는 채찍, 방위 우산이라는 당근을 활용하면 그런 거래에 동의하게 할 수 있다”고 보고서에 썼다.
플라자 합의 땐 ‘3저 호황’ “지금은 그때와 달라”
다만 플라자 합의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엔화와 달리 위안화는 원화와 동조하기 때문에 위안화가 절상되면 원화도 따라서 올라 한국 수출품에 큰 이익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플라자 합의 때는 한국이 무역 적자국이었지만, 이번에는 흑자국이기 때문에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흑자를 줄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중국 안 따를 것, 트럼프 정책 실현 가능성 작아”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대다수 국가가 변동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강요로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 선거용 업적으로 내세울 투자 유치나 방위비 인상 같은 다른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