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경남 산청군 대형 산불을 진화하다 불길에 휩싸인 창녕군 소속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착용했던 안전모. 불에 녹아 모양이 완전히 찌그러져 있다. 자료=산청 산불피해 현장 확인 보고서
사고는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이하 지휘본부)가 밝힌 것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일어났고, 진화대원들의 위치 정보 파악도 늦어지면서 소방 구조대는 한동안 실제 진화대가 있던 곳과 동떨어진 곳을 수색했다.

22일 경남 산청군 대형 산불을 진화하다 불길에 휩싸인 창녕군 소속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당시 착용했던 진화 장비들. 산불진화복이 군데군데 불에 타 훼손돼 있다. 자료=산청 산불피해 현장 확인 보고서
오후 3시라더니…한참 전 “불길 덮쳐”
하지만 생존 대원과 산림청·경남도·창녕군·소방 등 관련 기관 취재를 종합하면 진화대는 오후 1시 44분 창녕군에 위기 상황을 알렸다. “불길이 지나갔다”, “사람들이 다쳤다”며 이들이 다급히 구조를 요청한 시각은 지휘본부가 파악한 사고 시점보다 1시간 16분 빠르다.
진화대 위기 상황은 경남도 등 지휘본부에 즉각 전달됐다. “(사고 지점에) 헬기로 물을 뿌려 달라”는 요청도 이뤄졌다.
다만 소방에 별도 연락을 취하진 않았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도가 헬기를 보유하고 있어 조치가 더 빠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소방 “자체 신고받고 출동”
소방 측은 “신고 당시 휴대전화 위치 추적 내용을 근거로 사찰 방면으로 이어진 산길로 올라가 수색한 것”이라며 “이때 진화대가 올라간 산길 등 투입 경로를 전달받진 못했다”고 했다.
소방 구조대는 성화사 부근 야산에서 창녕 진화대를 발견하지 못했다. 구조대가 산소 호흡기 등을 챙겨 다시 진화대가 있는 곳으로 출동한 건 신고(오후 1시56분)가 이뤄지고 1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2시 54분쯤이다.

22일 경남 산청군 대형 산불을 진화하다 불길에 휩싸인 창녕군 소속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당시 타고 갔던 산불진화차가 뼈대만 남고 불에 타버렸다. 자료=산청 산불피해 현장 확인 보고서
신고 1시간 30분 지나서야 발견
소방 구조대는 오후 3시 30분쯤부터 생존자 5명을 차례대로 발견했다. 심한 화상을 입은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후 3시50분부터 8시10분 사이엔 사망자 4명의 시신이 순차적으로 수습됐다.

22일 경남 산청군 대형 산불을 진화하다 불길에 휩싸인 창녕군 소속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긴급하게 대피했던 산 속 웅덩이. 당시 진화대원들이 착용했던 안전모 등 장비가 불에 타 훼손된 채 널브러져 있다. 자료=산청 산불피해 현장 확인 보고서
대피 명령도 ‘늑장 논란’
산림청과 경남도 등 당시 지휘본부를 이뤘던 각 기관은 잘못된 사고 시간 및 경위 파악과 정보 공유 혼선 등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조사 중이다.

22일 경남 산청군 대형 산불을 진화하다 불길에 휩싸인 창녕군 소속 산불전문예방진화대가 당시 착용했던 진화 장비들. 가방(왼쪽)이 불에 녹았고, 안전모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있다. 자료=산청 산불피해 현장 확인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