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5관왕의 섬” 제주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역사적 가치, 진정성, 보편적 중요성 인정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관계자들이 11일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축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주도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관계자들이 11일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축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주도

제주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제주도는 이번 등재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무형문화유산에 이어 ‘유네스코 5관왕’의 섬에 등극했다.

제주도는 11일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가 이날 오전 6시 5분(프랑스 현지시각 10일 오후 11시 5분), ‘진실을 밝히다: 제주 4·3아카이브(Revealing Truth : Jeju 4·3 Archives)’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2023년 11월 제출한 등재신청서는 유네스코 등재심사소위원회(RSC)와 국제자문위원회(IAC)의 등재권고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집행이사회가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이사회는 제주4·3기록물의 역사적 가치와 진정성, 보편적 중요성을 인정했다.  

7년만의 성과...2023년 등재 추진위도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대구형무소에서 수감 중이던 문숙현이 1950년 2월 어머니에게 보낸 엽서.사진 제주도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대구형무소에서 수감 중이던 문숙현이 1950년 2월 어머니에게 보낸 엽서.사진 제주도

제주도는 2018년부터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을 본격화했다. 기록물 정리와 국내외 심포지엄 개최, 민간 기록물 수집 운동, 4·3 당시 기록물을 중심으로 한 아카이브 특별전 등을 여는 등 등재 절차를 차근차근 밟아왔다. 2023년 2월에는 ‘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를 출범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2월 국제자문위원회 심사를 거쳐 4·3 기록물이 집행이사회 등재 심사대상 74건 중 57번째로 목록에 올랐고, 최종 등재가 됐다.

1만4673건의 역사 기록...“사료적 가치 커”

제주도의회가 1994년 신고받은 ‘4·3 피해신고서. 사진 제주도

제주도의회가 1994년 신고받은 ‘4·3 피해신고서. 사진 제주도

4·3기록물은 진실 규명과 화해의 과정을 담은 1만4673건의 역사적 기록을 담고 있다.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27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1만 4601건),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기록(42건),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3건) 등이 포함됐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과 이념 대결, 국가폭력, 민간인 학살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하고 고유한 기록으로 평가받았다. 또 공동체 회복을 위한 민간과 공공의 노력이 담긴 자료로 국제사회에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제자문위원회에서는 “국가폭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사회적 화해를 이뤄내며 화해와 상생을 향한 지역사회의 민주주의 실천이 이룬 성과”라고 높이 평가했다.

오 지사 “화해와 상생 가치, 전 세계와 함께”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관계자들이 최근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염원하며 프랑스 파리의 상징 에펠탑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주도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관계자들이 최근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염원하며 프랑스 파리의 상징 에펠탑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주도

현재 프랑스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에서는 등재를 기념하는 ‘제주4·3 아카이브(ARCHIVES): 진실과 화해’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제주도는 앞으로 등재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관련 전시, 학술행사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제주4·3의 아픔을 치유하고 화해와 상생을 이뤄낸 제주도민의 역사적 여정이 세계의 유산이 된 뜻깊은 순간”이라며 “이번 등재를 계기로 제주4·3이 담고 있는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전 세계와 함께 나누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