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개호송 숲 일부가 산불에 피해를 본 가운데 수목치료업체에서 까맣게 탄 소나무를 세척하고 있다. 백운정 및 개호송 숲 일원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6호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부터 일주일간 화마(火魔)가 할퀴고 간 경북 5개 시·군 중 가장 재산피해가 큰 곳은 안동이다. 산불이 잡힌 지는 열흘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안동은 관광객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며칠째 손님 뚝 안동찜닭거리

지난 1일 경북 안동시 서부동 안동구시장 내 안동찜닭 골목에 손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 김정석 기자
안동시관광협회에 따르면 안동관광택시 3~4월 예약 건(73명)과 안동시티투어 3~5월 예약 건(280명)이 100% 취소됐다. 한옥스테이와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소의 예약도 최대 90% 취소됐고 간고등어와 안동찜닭 등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음식점의 매출도 최대 5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평소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관광명소가 갑자기 한산해진 것은 산불 피해 지역에 관광하러 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산불 지역 관광, 민폐 아냐”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 산불로 전소된 건물 흔적 위로 깨진 범종만 놓여있다. 이번 경북 의성 산불로 국가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된 고운사 가운루와 연수전 등이 전소됐다. 뉴스1
지역에 방문객들을 이끄는 봄철 축제·행사가 전면 취소된 것도 안동의 시름을 깊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안동시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예정됐던 ‘퇴계 선생 마지막 귀향길 재현행사’와 지난 2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안동벚꽃축제’ 등을 열지 않기로 했다.
안동시는 산불로 큰 타격을 받는 관광업을 살리기 위해 지역 방문 활성화 캠페인을 진행하고 나섰다. 이른바 ‘착한 관광, 안동으로 여행 기부’ 캠페인이다.
안동시는 ▶단체관광객 유치 여행사 인센티브 100% 증액 ▶뚜벅이 여행자를 위한 안동시티투어와 안동관광택시 할인이벤트 진행 ▶코레일관광개발과 협업해 KTX 이용객을 위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탐방프로그램 운영 ▶전통주 체험프로그램 운영 ▶수도권 지역 안동관광 홍보 행사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초청과 미디어 마케팅 등을 공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민관 앞다퉈 관광활성화 노력
안동시관광협회는 지난 10일 안동관광커뮤니티센터 ‘여기’에서 포럼을 열고 지역 관광업 종사자, 유관 전문가, 지자체 관계자 등이 참여해 산불피해 현황을 공유하고 관광 회복을 위한 실질적 대안을 논의했다.

안동시가 산불 피해 일상 회복을 위한 '착한 관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를 알리는 포스터. 사진 안동시
포럼에 참석한 배만규 국립경국대 교수는 “외지에서 안동으로 관광을 오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안동에서 추진했던 관광크리에이터사업 등을 통해 안동 여행을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준다면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책·행정적 지원은 안동시에서 하더라도 이런 노력은 관광·서비스분야 종사자들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성금이나 자원봉사뿐만 아니라 안동에서 관광을 즐기는 것도 안동시를 돕는 큰 힘이 된다. 단순한 여행을 넘어 지역사회에 희망을 전하는 의미 있는 실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