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시간만 러 ‘휴전’ 종료…‘新제안’ 꺼낸 트럼프 “금주 내 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이번 주 내로 합의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측에 종전을 위한 구체적인 새 제안도 전달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 당사국들에 조속한 합의를 요구하며 "양국은 이후 우리와 큰 사업을 시작하고, 큰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언급한 사업은 광물 협력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4일에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을 체결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종전 제안'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답변도 이번 주까지 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러시아의 크림반도 귀속권 인정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논의 대상 제외 ▶미국의 자포리자 원전 통제권 등이 이번 제안에 포함됐다. 다만 돈바스 등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귀속권 인정 및 해당 지역에서의 러시아군 철수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양자택일하라는 강요가 아닌 논의와 피드백을 위한 잠재적인 옵션 목록"이라고 신문에 설명했다. WSJ는 "이 제안은 지난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미·우크라이나 고위급 회담에서 기밀문서 형태로 전달됐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를 분수령으로 정한 건 지지부진한 협상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달 말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별도의 회담을 수차례 진행해왔지만, 사실상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동부 도시 수미를 공격해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까지 발생했다. 외신에선 "휴전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러 제재를 1년 연장하고, "종전을 어렵게 만든다면 중재 노력에서 물러날 것(지난 19일)"이라고 경고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부활절(20일)을 맞아 19일 오후 6시부터 21일 0시까지(모스크바 시간) 휴전을 선언했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부활절 이후로 연장할 것을 제안한다"며 30일 휴전을 역제안했다. 미 국무부도 "부활절 이후로 연장된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크렘린궁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추가 휴전 연장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며 예정대로 종료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실제 휴전은 러시아의 일방 통보로 30시간 만에 종료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로이터통신 등은 "양국이 휴전 기간에도 상호 공격을 주장하며 공방을 이어갔다"며 "실질적인 교전 중지는 없었다"고 짚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휴전 기간인) 러시아군의 포격은 387건, 습격은 19건, 드론(무인기) 공격은 290차례 있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이 북한제 240㎜ 방사포(다연장로켓)로 공격하는 영상도 처음 포착됐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이에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진지를 444차례 공격하고 크림반도, 쿠르스크 등 접경 지역에서 드론 공격을 900회 이상 벌이는 등 1000번 넘게 휴전을 위반했다"고 맞섰다.

휴전이 끝난 직후인 21일 새벽에도 양국간 공습은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중남부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등 일부 지역에 공습경보가 발효됐다. 러시아 역시 이날 밤사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보로네시 등에 공습경보가 발효됐다. 쿠르스크와 벨고로드 등 일부 국경 지역 등은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 위협을 받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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