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의 모습. 뉴스1
9명이 사망한 ‘광주 학동 붕괴 사고’의 시공사인 HDC현대사업개발이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김국현 법원장)는 21일 오후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별다른 선고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현대사업개발은 2021년 6월 9일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의 시공사다. 이날 오후 재개발지역서 철거 중이던 5층짜리 상가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며 건물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잔해에 깔렸다. 이 사고로 버스 탑승자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업자 등록관청인 서울시는 광주 동구청의 요청에 따라 2022년 3월 현대사업개발에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처분 사유는 ▶해체계획서와 다르게 시공해 구조물 붕괴원인을 제공한 점 ▶현장 관리·감독 위반 등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이다.
이에 현대사업개발은 서울행정법원에 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2022년 4월 법원이 집행정지를 인용하면서 영업정지 처분의 효력은 본안 소송 1심 선고 30일 이후까지 정지됐다.
이날 선고는 사고 3년 10개월만, 영업정지 효력 정지 결정 3년 만에 나온 본안 선고다. 현대사업개발 법인 및 공사 관계자들이 형사재판에 넘겨지며 행정소송은 2023년 2월 2차 공판 후 1년 9개월간 멈춰 있었다.
이날 판결에 따라 현대사업개발은 30일 뒤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다만 이 사이에 현대사업개발이 항소한 뒤 서울고법에 집행정지를 신청해 인용될 경우 징계 효력이 정지될 수 있다. 행정처분이 확정되면 8개월 동안 입찰참가 등 건설사업자로서 행하는 영업활동이 금지된다. 다만 행정처분을 받기 전에 도급계약을 체결했거나 관계법령에 따라 인허가를 받아 착공한 건설공사는 계속 시공이 가능하다.

2021년 6월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광주 학동 붕괴 사고와 관련해서는 다수의 형사재판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광주고법은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 2심에서 재하청업체 백솔 대표·굴착기 기사 조모(51)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하청업체 한솔 현장소장 강모(32)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원청인 현대사업개발 현장소장 서모(61)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현대사업개발은 벌금 2000만원을, 하청·재하도급 업체는 벌금 3000만원을 받았다.
광주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위층부터 건물을 해체하기로 한 계획을 지키지 않은 점,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고 안전성 검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 버스 승강장을 이전하지 않은 점 등을 사고 원인으로 인정했다.
앞서 현대사업개발은 이날 재판 관련 처분과 별개로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과실로 영업정지 8개월을 추가로 받았으나, 이후 현대사업개발의 요청으로 4억623여만원의 과징금으로 변경됐다. 건설기본법상 부실시공·부당이득을 제외한 위반 행위에 대해선 건설사가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분 중 선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