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전 11시40분쯤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씨가 광안대교 상판 난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진화위 조사 기간 늘려야”
최씨는 10대 시절 학교에서 급식으로 받은 빵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경찰에 절도범으로 몰려 1982년 2월부터 4년 8개월 동안 형제복지원에 수감됐다. 수감 기간 성폭행과 구타 등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1년여간 함께 수감됐던 그의 동생은 악몽을 떨치지 못하고 2009년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2022년 8월 최씨는 진화위로부터 피해자로 공식 인정받았다.
최씨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진화위로부터 피해 인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피해 조사조차 받지 못했다”며 “오는 26일이면 진화위 조사 활동이 종료된다. 제대로 된 조사와 책임 인정을 위해선 조사 활동 기간이 연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올 1월까지 진화위에서 인정된 형제복지원 피해자는 611명으로 부산시 집계(961명)보다 적다.
그는 부산시가 배상 책임 등을 인정한 판결에 항소ㆍ상고하는 것에 대해선 “부산시는 이미 형제복지원에 수감됐던 이들의 피해를 인정하고 지원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며 “그런데 책임을 인정한 판결에 대해 기계적으로 항소ㆍ상고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두 번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씨는 “대선에 나선 후보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책임 있는 약속이 있다면 즉시 (광안대교에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택시를 타고 광안대교를 지나던 중 중간 지점인 주탑 부근에서 내려 난간 쪽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지인이 다리에서 작업하고 있는데 건네줘야 할 물건이 있다’며 택시 기사에게 하차를 요청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상판 4개 차로 중 최씨가 있는 쪽 난간과 맞닿은 1개 차로를 통제하고 있다.

2020년 5월 14일 김무성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과 형제복지원 피해자인 최승우씨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과거사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처리를 위해 중재에 나섰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자는 취지로 발의된 개정안이다. 뉴스1
국회ㆍ광안대교 등 여러 차례 고공농성
2019년과 2020년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수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의원회관 지붕과 국회의사당역 출구 지붕에 올랐다. 2020년 5월 농성 당시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이 최씨를 찾아 여ㆍ야 중재 및 법안 통과를 약속하며 농성을 끝냈다. 형제복지원 사건과 같은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을 재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은 법안이다.
2023년 5월에도 최씨는 부산시가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대한 지원 대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며 광안대교 상판에 올라 농성을 벌였다. 당시엔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현장을 찾아 “지원책을 찾기 위해 피해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약속해 최씨가 내려왔다. 이 일로 최씨는 업무방해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7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