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6일 전북 군산시 구 시청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50%가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6일 발표됐다. 13대 대선부터 여론조사를 진행해온 한국갤럽 기준으로 이 후보는 1987년 치러진 대선 이후 선거 직전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후보 지지율은 51%로 나타났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29%로 오차범위(±3.1%포인트)를 훌쩍 뛰어넘는 22%포인트 차이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였고, 그 외 인물 1%, 의견 유보는 12%였다.
16일 기준으로 21대 대통령을 뽑는 6·3 대선을 18일 남겨둔 상황에서 이 후보의 지지세는 강고했다. 3주 전 같은 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은 38%에 그쳤지만 각 당이 후보를 선출하고 대선 진용이 갖춰진 뒤 지지율이 13%포인트가 반등했다. 한국갤럽 정례조사 기준으로 이 후보는 지금껏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었이만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50%대 벽을 깬 것이다.
이 후보의 이러한 지지율은 민주화 이후 치러진 역대 대선 사전 여론조사에서 한국갤럽 기준 최고 기록이다. 1987년 이후 치러진 8차례 대선에서 선거 직전에 지지율 50%를 넘은 후보는 아무도 없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8월 25일 조사 때 61%를 기록하긴 했지만 대선이 4개월가량 남은 상황이었고, 이회창 후보가 등장한 그해 11월 조사부터는 50% 아래로 내려갔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이 후보의 지지율은 역대급에 가깝다”며 “이 추세가 이어지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록한 득표율 51.6%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 또한 직전 조사에 비해 지지율이 상승하긴 했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 확정(5월 3일) 이전인 지난 조사(6%)에 비해 23%포인트 상승했다. 한국갤럽은 “김문수 후보 지지도(29%)는 지난 조사에서 국민의힘 1차 경선을 통과한 김문수(6%)·한동훈(8%)·홍준표(7%)·안철수(2%) 4명과 보수 진영 차출론에 힘입은 한덕수 선호도(6%) 합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후보 단일화 갈등, 탈당 뒤 미국으로 떠난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미온적 지원 등으로 보수층이 총결집하지 못한 데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 출당을 둘러싼 논란이 맞물리면서 김 후보 지지율이 상승폭을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후보도 지난 조사(2%)에 비해 6%포인트가 오른 8%로 나타났지만 두 자릿수 지지는 받지 못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6일 충남 천안시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후보는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모두 지역에서 김 후보를 앞섰다. 특히 민주당 험지인 영남권에서 이례적 약진이 전체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 부산·울산·경남(PK)에서 이 후보는 41%로 김 후보(39%)와 오차범위 내의 승부를 벌였다. TK 지지율은 김 후보가 48%로 앞섰지만 이 후보는 고향인 TK에서 34%로 조사돼 30% 벽을 넘어섰다. 이 후보는 3년 전 대선 당시 대구(21.60%)·경북(23.80%)에서 20%대 득표율에 그쳤다.
이 후보는 연령별로도 70대 이상을 제외하곤 전 연령대에서 다른 두 후보를 제쳤다. 특히, 이 후보는 40·50대에서 70%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김 후보는 70대 이상에서만 52%를 기록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준석 후보는 20·30대(24·14%)에서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대선 승부처인 중도층에서도 이재명 후보 지지율(52%)은 김 후보(20%)를 크게 앞섰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16일 충청남도청에서 진행된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특이점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외려 하락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은 48%, 국민의힘은 30%, 개혁신당 4%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민주당은 6%포인트 상승해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국민의힘은 4%포인트 하락했다. 양당 격차(18%포인트)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인 지난해 12월 3주차(24%포인트) 이후 최대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 실장은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 정도의 강세를 이재명 후보가 보인 것은 사실상 대세론을 굳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STI) 이준호 대표는 “역대 선거 통틀어 보수 후보가 최저 득표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라고 봤다.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이 대표는 “국민의힘 콘크리트 지지층은 원래 30% 후반대였는데 그 외곽이 허물어졌단 의미”이라며 “단일화 문제로 이미 내홍이 커진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 출당 문제에 대해 김문수 후보가 미온적 입장을 보이며 강성 지지층은 강성 지지층대로 실망하고, 중도 보수 세력은 더 큰 거부감을 갖게 된 결과”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간 단일화 문제를 유일하게 남은 대선 막판 변수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만약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수치적 득표율은 올라가긴 하겠지만, 진영 결집조차 실패하고 있는 상황에서 얼만큼의 확장성을 가질진 미지수”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해 50%를 넘길 경우 단일화 추동력 자체가 작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