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3월13일 오전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소추 기각 판정을 받은 뒤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최 원장의 임기는 올해 11월까지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개헌 공약을 발표하며 ‘감사원 국회 이관’을 내걸자 19일 감사원이 긴장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더 이상 ‘감사원이 대통령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의혹과 우려를 낳아서는 안 된다”며 “국회 소속으로 이관해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동안 개헌에 미온적이던 이 후보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개헌안을 깜짝 제시하며 감사원 국회 이관까지 들고 나온 것이다.
이러한 감사원 이관 계획은 지난 12일 이 후보가 10대 공약을 발표할 당시엔 없던 내용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에 반발하며 “감사원 해체”를 주장해왔던 것과 달리 10대 공약엔 ▶감사 개시, 고발 여부 결정 시 감사위원회 의결 ▶감사원 감찰관 외부 인사 임명 등 다소 온건한 내용이 담겼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감사원법 개정안 논의가 올스톱되고,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로 감사원 특정업무경비도 모두 복원되며 차기 정부에서도 “감사원의 쓰임새가 있을 것”이란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왔었다.
하지만 감사원 국회 이관을 시작으로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감사원 손 보기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감사원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 국회 이관 등 감사원 개혁은 정권 교체기마다 거론돼 왔다. 지난 15년간 다섯 번이나 진행된 4대강 감사처럼 감사원이 지난 정부를 겨냥해 칼을 빼 들고, 야당이 된 과거의 권력이 반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8년 작성한 ‘감사원 독립에 관한 국회 논의’ 보고서에 따르면 18대 국회부터 감사원의 소속과 기능에 관한 논의는 이어져왔다. 18대~19대 국회에선 감사원의 회계검사기능과 직무감찰 기능을 분리해 각각 별도의 기관을 설치하는 방안이, 20대 국회에선 문재인 정부가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을 독립기관으로 규정하는 개헌 방한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21대 국회에선 박범계 민주당 의원 등이 감사원 국회 이관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날 발표한 개헌 관련 입장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감사원을 독립 기구화하는 방안을 제외하곤 감사원 관련 개혁안에 반대해왔다.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국회 이관은 2013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제기했는데, 당시 양건 감사원장은 국회에 출석해 “국회의원의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독립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감사원 전직 고위 관계자는 “감사원이 국회 소속이 되면 삼권 분립 문제로 행정부에 대한 직무 감찰이 불가능해진다”며 “차기 정부에 대한 감사원의 감시 기능 자체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최재해 감사원장이 이끄는 감사원이 국회 이관 방안에 직접적인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민주당의 감사원법 개정안에 대한 감사원의 의견문을 통해 이 후보의 개헌안에 대한 입장은 유추할 수 있다. 감사원은 민주당 박범계·신정훈 의원이 ▶특별감찰 계획의 국회 승인 ▶감사위원회의 의결 사안 국회 보고 등 국회의 감사원 통제 방안을 담아 발의한 감사원법 개정안에 “국제적으로도 최고감사기구는 입법부와 행정부 등 일체의 외부 간섭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표준”이라며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이재명 개헌안 주요 내용 그래픽 이미지.
이 후보는 전날 “국회 다수당으로부터 감사원의 독립성 유지도 중요하다”며 감사원 국회 이관의 전제를 달았지만, 감사원 내부에선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부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국회 감사 요구안이 50여건에 달하고, 대부분이 윤석열 정부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감사원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탄생한다면, 감사원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 않겠느냐”며 “최재해 원장 임기가 6개월이나 남았는데,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