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사보이 왕가 "4700억 왕실 보석 돌려달라"…법원 "국가 소유다"

사보이 왕가의 마지막 왕 움베르토 2세의 부인인 벨기에의 마리조제 공주의 왕관. 사진 일메사제로 캡처

사보이 왕가의 마지막 왕 움베르토 2세의 부인인 벨기에의 마리조제 공주의 왕관. 사진 일메사제로 캡처

이탈리아 사보이 왕가가 지난 79년간 이탈리아 중앙은행 금고에 보관돼 온 왕실 보석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됐다고 현지 일간지 일메사제로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로마 민사법원은 지난 15일 사보이 왕가가 반환을 요구한 왕실 보석이 개인 자산이 아니라 국가 소유 재산이라며 이를 반환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 측 변호사 올리나 카폴리노는 판결을 환영하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역사적인 보석이 조만간 박물관에 전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보이 왕가가 반환을 요구한 왕실 보석은 왕관과 귀걸이, 목걸이, 브로치 등 과거 왕과 왕비들이 착용했던 귀중품들로 구성돼 있다. 해당 보석에는 총 6732개의 다이아몬드와 2000개의 진주가 박혀 있다고 한다. 공식 감정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최대 3억 유로(약 4690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사보이 왕가는 1900년부터 이탈리아를 통치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6월 2일 국민투표로 입헌군주제가 폐지되고 공화국이 선포되면서 권좌에서 물러났다.  


사보이 왕가의 마지막 국왕 움베르토 2세는 파시스트 정권과 협력했다는 비판 속에 국민투표 사흘 뒤 왕실 보석을 정부에 넘기고 망명길에 올랐다. 이후 이 보석들은 이후 이탈리아 중앙은행 금고에 보관돼 왔다.

사보이 왕가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이다. 움베르토 2세의 손자인 엠마누엘레 필리베르토(52)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건을 유럽인권재판소(ECHR)까지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필리베르토는 스위스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2002년 이탈리아 헌법 개정으로 사보이 왕가 남성 후손들의 입국 금지 조치가 해제되면서 처음으로 이탈리아 땅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