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민들이 양산과 손 선풍기를 이용해 더위를 피하고 있다. 뉴스1
기상청 폭염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26일 역대급 폭염의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올여름에도 폭염과 열대야가 평년보다 더 길고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말대로 여름철 폭염은 점점 빠르고 길어지는 추세다. 기상청 폭염백서에 따르면, 2010년대에는 20년 전인 1990년대보다 첫 폭염 발생일이 6~7일 빨라지고, 마지막 폭염 발생일은 1~2일 늦어졌다. 그만큼 더위에 시달리는 날이 길어졌다는 뜻이다.
폭염은 보통 초여름 중에 이동성 고기압과 강한 햇볕에 의해 기온이 오르면서 발생하기 시작한다. 6월에는 체감온도가 27~28도 수준이지만, 7월은 30도, 8월은 32도 이상으로 오르면서 폭염의 강도가 극대화된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비가 적게 오는 6월과 8월에 폭염일수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높은 해수면 온도 탓에 습도가 높아지면서 체감 온도는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요즘 더위가 더 지독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두 고기압이 한반도 이불처럼 덮어

박경민 기자
지난해에도 열돔 현상으로 인해 가을까지 지독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다. 폭염일수는 30.1일, 열대야 일수는 20.1일로 각각 역대 2위와 1위를 기록했다.
“올여름도 폭염 증가” 기후보험 등 대비 필요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평년을 웃도는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5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에어컨 및 냉방용 가전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처럼 키 큰 고기압이 한반도에 열돔을 만들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50대 이상의 고령층이나 야외 근로자를 중심으로 온열질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기후보험 제도를 도입해 온열질환 진단 시 1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작년에 우리나라를 뜨겁게 만들었던 기압계 조건이 올해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을까지도 폭염과 열대야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