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로나 백신, 임신부·건강한아동 접종권고 중단"…의료계는 반발

미국 보건당국이 임신부와 건강한 어린이를 코로나19 백신 접종 권고 대상에서 제외해 미 보건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권고 대상에서 임신부와 건강한 어린이가 제외됐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는 건강한 어린이에게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을 권고했지만, 어린이에 대한 반복적인 접종 전략을 뒷받침하는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 NBC방송 등은 CDC의 백신 접종 권고 대상에서 제외된 임신부와 어린이는 이전처럼 코로나19 백신을 무료 접종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 보험사들은 CDC의 권고를 기준으로 보험 적용 대상을 결정해서다.  

미 보건계는 CDC의 이번 조치가 공중보건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CDC에 따르면 미국에선 최근까지도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주간 사망자가 300명 안팎 발생하고 있다.  

미국 산부인과학회는 이번 발표와 관련 "매우 실망스럽다. 임신 중 코로나19 감염이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확인했다"며 "보건복지부의 권고 변경에도 과학적 근거는 변하지 않았다. 임신 중 코로나19 감염은 치명적일 수 있으며 심각한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 어린이병원 백신 교육센터 소장인 폴 오피트 박사는 "우리 응급실엔 아직도 코로나19에 걸린 아이들이 있다"며 "그들을 진찰해 보면 기관지염 증상을 보인다. 당국은 이를 예방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과 함께 임신부에게도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임신 중이거나 모유 수유 중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았으나 산모와 산모의 아기들에게 안전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하고 있다. WHO는 어린이의 접종은 면역 저하자나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 권고한다. 

다만 국가별로 팬데믹 이후 권고 지침에 차이가 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2023년까지 임신부를 포함한 전국민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권고 대상이었다. 그러나 현재 임신부는  접종 권고 대상은 아니다. 또 어린이의 경우 생후 6개월 이상 중 면역 저하자와 감염취약시설 입소자 등에 권고가 이뤄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미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65세 이상 노령층과 고위험군으로 제한할 계획을 밝혔다. FDA는 당초 생후 6개월 이상의 모든 사람에게 매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고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자연 면역이 널리 퍼진 만큼 건강한 성인과 어린이·청소년의 백신 접종 이점이 불확실하다며 접종 대상 축소 방침을 밝혔다. 실행될 경우 향후 미국의 건강한 젊은 성인과 어린이는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어렵게 된다.  

CDC가 임신부와 건강한 어린이를 접종 권고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이러한 접종 대상 축소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런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백신에 대한 불신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백신 회의론자'인 케네디 주니어 장관 취임 후 미 당국은 백신 승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