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1시 50분쯤 경북 포항시 동해면 신정리 야산에 해군 초계기가 추락했다. 초계기에 탑승했던 4명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포항경주공항으로 향하던 해군 P-3C 해상초계기 1대가 농가 주변 야산에 추락해 폭발했다. 해군 측은 “이날 1시 43분쯤 훈련을 위해 포항기지를 이륙한 초계기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기지 인근에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초계기는 이륙 약 6분 만에 급격하게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 상당수가 야산에서 폭발음이 울리는 것을 듣고 “비행기가 추락해 산에서 연기가 난다”며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60여 건이다.

추락한 초계기 기내에는 소령인 조종사 1명과 대위 1명, 부사관 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숨진 채 발견된 이들의 정확한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야산에 추락해 주택이나 민간 시설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추락 현장 인근에 688세대 12동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있었던 만큼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초계기 추락 여파로 산불도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소방헬기 2대 등 소방장비 17대와 인력 40명이 투입됐다. 폭발 사고에 따른 화재로 사고 현장은 한때 시커먼 연기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탑승자 수색과 생사 파악에 시간이 걸렸다.


소방당국은 경찰 등과 함께 사고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해군도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초계기가 추락하게 된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사고 초계기는 제주에서 이·착륙 훈련을 위해 포항 해군항공사령부로 왔다가 추락 사고가 났다. 사고기와 같은 기종은 국내에 모두 8대 배치됐고, 포항과 제주의 해군 부대에서 운용 중이다. 군 당국은 사고 직후 동일 기종 초계기 비행을 중단시켰다.

이와 관련해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긴급 메시지를 내고 “소방·행정·군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필요한 행정력을 총동원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추락한 P-3C 초계기는 해군이 1995년부터 도입해 30년간 운용해온 미국산 대잠초계기다. 록히드마틴이 개발해 1960년대 초부터 초기형인 P-3A가 생산됐고, 국내에는 성능 개량형인 P-3C가 도입됐다. 전장 35ｍ, 전폭 30ｍ, 전고 11ｍ에 터보프롭 엔진 4기를 장착했고 어뢰, 폭뢰, 폭탄, 미사일 등을 탑재해 잠수함과 해상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해군은 P-3C 도입 10년 차이던 2005년과 20년 차이던 2015년 각각 P-3C '무사고 10년'과 '무사고 20년'을 달성했다고 알렸으나 30년 차가 되는 올해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