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편의점 사업 2년 만에 철수…“본업인 대형마트 집중”

이랜드가 편의점 사업을 접는다. 2023년 6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1호점을 낸 지 2년 만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이달 말 임대계약이 만료되는 1호점 폐점을 시작으로 오는 2029년까지 서울 신정점·염창점·신촌점·도곡점 등 5개 점포를 폐점한다. 이랜드는 그간 5개 점포를 모두 직영으로 운영했고 올해 1월 가맹사업 진출 계획을 내놨지만, 3개월만인 지난 4월 가맹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랜드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편의점인 킴스편의점(가칭) 염창점 전경. 사진 이랜드

이랜드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편의점인 킴스편의점(가칭) 염창점 전경. 사진 이랜드

 
국내 편의점 업계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약진에도 빠르게 점포 수를 늘리며 확장해 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3년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체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 오르는 데 그쳤지만, 편의점은 8.1% 늘었고 지난해 상반기에도 5.2%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1분기엔 0.4% 줄어들며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점포 수도 2023년 말 5만5202곳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5만5194곳으로 줄었다. 편의점 업계에선 이커머스가 식품군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편의점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하는 식품 실적이 타격을 입은 영향이 크다고 본다.

상황이 이렇자 이랜드는 새로운 채널보다 기존 채널의 강점을 살려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킴스클럽·NC백화점·뉴코아아울렛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그룹의 유통부문인 이랜드리테일은 편의점 사업 진출 대신 대형마트인 킴스클럽에 집중할 계획이다. 

킴스클럽 강남점에 '델리 바이 애슐리' 코너에 몰려든 고객들. 사진 이랜드

킴스클럽 강남점에 '델리 바이 애슐리' 코너에 몰려든 고객들. 사진 이랜드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매출 1조5648억원, 영업이익 30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보다 0.4%, 41.9% 감소했다. 하지만 2023년 영업손실 10억원을 기록했던 킴스클럽 영업이익은 지난해 8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즉석조리 식품인 델리가 실적 효자 노릇을 했다. 이랜드는 지난해 킴스클럽·NC백화점 등 15곳에 ‘델리 바이 애슐리’ 코너를 만들었다. 뷔페인 애슐리퀸즈의 셰프들이 매장에서 만든 200가지 간편식을 즉석에서 포장해서 3990원 균일가에 판매한다. 지난 1년간 델리는 500만개 이상 판매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델리를 구입하는 20대 고객 수가 1년 새 430% 늘었다”며 “즉석조리 식품이 온라인 쇼핑 의존도가 높은 젊은 층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도하는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적된 실적 악화로 경영 여건이 어려운 점도 신사업을 추진하기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달부터 ‘비상경영’에 돌입, 인력 전환 배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에도 1년간 부실·적자 점포 철수, 관리직 대상 무급 휴가 등 비상경영 체제를 도입했다. 이랜드리테일은 뉴코아백화점 인천논현점 등 부실 점포 폐점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