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이것에 밥 말아먹는다…105세 김형석의 ‘최애 반찬’

뭘 먹어야 100세까지 건강할 수 있을까?
 
105세 김형석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를 만나기 전 제일 궁금한 점이었다. 행복한 100세의 첫 번째 조건은 건강한 몸이요,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남들과 다른 ‘특별한’ 음식을 먹지 않을까란 생각에서였다.

지금도 전국으로 강연을 다니는 그의 건강 장수 비결을 낱낱이 알기 위해 냉장고를 털었다.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공간이다. 메인 냉장고뿐만 아니라 보조 김치냉장고까지 엿봤다.

초장수 위인이 무엇을 즐겨 드시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만약 다소 뻔한 푸른 야채만 잔뜩 나온다 할지라도 ‘정말 채식이 중요하구나’ 몸소 느낄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되리라.

김형석 교수의 냉장고 안. 실제 채소가 많기는 했다. 정세희 기자

김형석 교수의 냉장고 안. 실제 채소가 많기는 했다. 정세희 기자

 
그의 손길이 닿은 자택 곳곳에 비밀이 숨겨 있지 않을까. 김 교수에겐 설명할 것도 없는 당연한 일상이 일반 사람들에겐 새로운 통찰을 줄 수도 있을 거라 확신했다.

여러 번 거절하는 그를 어렵게 설득한 끝에 서울 서대문구 자택을 방문했다. 가장 먼저 따사한 햇살이 비추고 있는 거실 맞은편 주방을 향했다.


김형석 교수 자택 내부 모습. 정세희 기자

김형석 교수 자택 내부 모습. 정세희 기자

김 교수는 서재가 있는 2층 계단을 지팡이도 없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오르락내리락 한다. 서지원 기자

김 교수는 서재가 있는 2층 계단을 지팡이도 없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오르락내리락 한다. 서지원 기자

 
그의 식사를 10여 년간 챙기고 있다는 가사도우미에게 평소 김 교수가 어떻게 식사하는지 물었다.

“별거 없는데….” 민망한 듯 열어 보인 냉장고엔 양파·파·당근 등 가지런히 썬 야채가 제일 먼저 보였다. 그 옆에는 시금치·깻잎무침·훈제오리 등 반찬이 잘 정돈돼 있었다.

다소 평범해 보였던 냉장실엔 의외의 애착 반찬이 발견됐다. “이걸 365일 매 끼니 때마다 드세요. 마지막에 밥을 꼭 여기에 말아 드신다니까요.”


〈100세의 행복〉 1화는 김형석 교수 자신도 모르는 장수비결도 털겠다는 각오로 임했다. 준비한 A4용지 3장짜리 질문에 대한 해답을 모두 찾았다.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그의 애착 음식도 담았다. 더중앙플러스 독자들만을 위해 행복 철학의 정수도 뽑아줬다.   

삼시 세끼 챙겨 먹는 반찬

김형석 교수 냉장고 안 반찬들. 정세희 기자

김형석 교수 냉장고 안 반찬들. 정세희 기자

105세 노인의 식사를 준비하는 건 신경 쓸 게 많을 것 같지만 도우미 아주머니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김 교수도 “아마 우리 아주머니가 세상 편할 것”이라고 옆에서 거들었다.

 
일단 아침 식사 식단이 평생 똑같다. 우유 반 잔, 호박죽 반 접시, 계란 반숙, 찐 감자, 드레싱 없는 야채 샐러드, 그리고 제철 과일. 늘 같은 메뉴를 먹으면 질릴 법도 한데 여전히 맛있다고 한다. 이미 영양적으로 좋은 구성이라 변동을 줄 필요가 없고, 아침 식사에 많은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대신 점심과 저녁은 단백질 반찬을 골고루 먹으려고 노력한다. 만약 점심에 고기를 먹었다면 저녁엔 생선을 먹는 식이다.

20대 땐 맨날 똑같은 거 먹으면 무슨 맛일까 했어요. 그런데 습관이 참 무서워요. 내것이 돼버리면 지루하지도 질리지도 않고, 그 이상의 것이 생각나지 않아요. 그러니 불만이 없죠.
 

김형석 교수가 식사 때 챙겨 먹는다는 나박김치. 정세희 기자

김형석 교수가 식사 때 챙겨 먹는다는 나박김치. 정세희 기자

김 교수가 끼니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먹는다는 최애 음식은 바로 ‘나박김치’다. 냉장고엔 야채나 반찬들이 모두 작은 통에 담겨 있었는데, 나박김치만 유일하게 큰 통에 보관돼 있다. 아주머니는 “가장 빨리 떨어지는 거라 항상 채워놓을 준비를 한다”고 했다. 

원래 그는 젊었을 때 김치 종류를 안 먹었다고 한다. 나이가 드니 입맛도 변한다. 꼭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것을 찾게 된다고 했다. 그게 음식이든, 음악이든, 문학이든.

가사도우미도 말 못 할 작은 걱정이 있다. 김 교수의 적은 식사량이다. 아주머니는 “정말 쬐금 드신다. 밥주걱 한 숟갈 정도 쌀밥을 드시고, 고기도 손바닥만 한 접시의 반밖에 안 드신다”고 했다.

 
알고 보니 철저한 전략이었다. 과하면 머리가 둔해지고 적으면 쉽게 방전되니 찾은 게 지금의 식사법이다. 지금도 강연, 원고 작업 등 활발히 활동 중인 그는 하루의 에너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에 집중한다.

(계속)
요즘 들어 김 교수가 꼭 지키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저녁은 최대한 늦게 7시반 이후에 먹는다”는데요.
저녁은 일찍 먹을수록 좋다는 통념과 달리 왜 이런 습관을 유지할까요.
105세 철학자가 털어놓은 늙음이란 무엇인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7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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