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고향인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 경로당에 모여 있던 주민들이 투표 종료 후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다 이재명 후보가 앞선다는 소식에 환호성을 터뜨리고 있다. 뉴스1
21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3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오치초등학교에는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투표소에 도착한 유권자들은 신분증을 제시한 뒤 투표용지를 받고 서둘러 기표소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7시 30분쯤 투표를 마친 중년 여성들은 ‘오치2동 제2투표소’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 앞에서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한 부부는 투표소를 나오는 딸에게 “딸, 잘 찍었어?”라고 묻자 “기가 막히게 찍었지”라고 답하기도 했다.
유권자 한강식(42)씨는 투표를 마친 뒤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러 투표소에 왔다”며 “국민만을 생각하는 대통령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윤석(52)씨는 “일을 하기 전에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에 일찍 투표소를 찾았다”며 “이번 대선에서는 사고를 치지 않고, 임기를 모두 채우는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3일 오전 대구 수성구 고산 3동의 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전투표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았던 대구는 이날 본투표에서는 높은 투표 열기를 보였다. 대구는 지난달 29~30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25.63%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는 ‘사전투표 부정선거 의혹’에 영향을 받는 시민들이 많아 사전투표율이 낮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오전 달서구 장동초등학교에서 투표하고 나온 배모(56)씨는 “대구가 사전투표율이 낮다고 해서 투표를 안 하는 게 아니다”라며 “사전투표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 등이 있어 본투표를 기다렸고 눈 뜨자마자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지안(35)씨도 “내 아이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어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사전투표율이 저조했던 부산도 3일 본투표가 진행되자 아침부터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우제2동 제2 투표소에는 150m가량 긴 줄이 늘어섰다.
투표 안내를 돕던 한 자원봉사자는 “이날 오전 5시 35분부터 투표소를 찾아온 어르신들이 30분 가까이 기다리다 투표를 하고 가기도 했다”며 “투표가 시작된 6시부터 생각보다 많은 유권자가 투표소를 찾아와 긴 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일인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언주중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삼성2동 제3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뉴시스
부부가 함께 투표한 뒤 손을 잡고 귀가하는 유권자들도 눈에 띄었다. 아내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안상록(59)씨는 “진보와 보수로 두 쪽이 난 나라를 대통합시켜줄 대통령을 뽑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다”며 “경제는 대통령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사회 분열은 대통령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유권자 심모(37)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뽑고 싶은 후보가 있는 게 아니라 안 됐으면 하는 후보가 있어 그 후보를 막기 위해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심씨는 이날 오전 아내와 5살짜리 쌍둥이 남매 등과 투표를 한 후 나들이를 떠났다.
지난 3월 말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본 경북 북부 지역 유권자들도 이날 투표소를 찾았다. 산불로 집이 타 영덕군 영덕읍 국립청소년해양센터에 머무는 영덕읍 석리 주민들은 이날 오전 함께 차를 타고 투표소를 찾았다. 한 이재민은 “새 대통령이 산불 피해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일인 3일 오전 강원특별자치도 화천군 구만리 선착장에 동촌1리 주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행정기관이 지원한 5t급 배를 타고 10㎞가 넘는 파로호를 건넌 후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10㎞가량을 이동해 투표소인 풍산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집에서 투표소까지 가는 데만 2시간가량 걸렸다.
주민 정모(84·여)씨는 “대통령선거 날이면 늘 이 길을 따라 나와 투표해 왔다”며 “힘든 길이지만 내가 뽑은 사람이 정말 나라를 잘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촌1리에 속한 마을은 1940년대 화천댐이 건설되면서 육로가 끊겨 사실상 고립된 지역이다. 현재 마을에는 13가구가 거주 중으로 대부분이 고령의 노인들이다.
백종대(67) 동촌1리 4반 반장은 “마을 주민들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배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2시간 가까운 시간을 들여 어렵게 투표소를 찾는다”며 “이번에 당선되는 대통령은 국민을 속이지 않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잘 펼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투표소가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 유권자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지역별로는 광주광역시(83.9%)의 투표율이 가장 높았고, 전남(83.6%), 세종(83.1%), 전북(82.5%) 등이 뒤를 이었다. 호남권 투표율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15대 대선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날 본투표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대구는 80.2%가 투표를 마쳤으며, 서울(80.1%), 울산(80.1%), 경기(79.4%), 경북(78.9%), 대전(78.7%), 경남(78.5%), 부산(78.4%), 강원(77.6%), 충북(77.3%), 제주(74.6%) 등의 투표율을 보였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자택인 인천 계양구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핸드폰으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높은 선거 열기만큼이나 전국 투표장에서는 행패를 부리거나 투표용지를 찢는 등 사건·신고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45분쯤 부산 해운대구 중동 제1투표소에서는 전자담배를 피우며 투표를 기다리던 A씨(40대)가 뒤에서 흡연을 제지하던 B씨(30대)를 폭행했다. 경찰은 폭행치상 혐의로 A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제주에서는 오전 10시7분쯤 서귀포시 안덕면의 투표소에서 30대 선거사무원의 가슴을 밀치는 등 폭행하고 소란을 피운 C씨(60대)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C씨는 선거인명부 확인 작업 등이 지연되자 “선거 사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행패를 부렸다. 제주에서는 또 사전투표 기간에 이미 투표한 2명이 본투표에 참여하려다가 적발돼 경찰에 고발됐다.
강원도 춘천에서는 유권자 D씨가 “이미 투표한 것으로 확인된다”는 선거사무원의 설명에 투표를 하지 못했다. 선관위는 이후 비슷한 이름의 다른 유권자로부터 잘못 서명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D씨에게 “다시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알렸다.
강원도 인제의 한 투표소에서는 투표관리관 도장이 찍히지 않은 투표지가 10장가량 배부돼 마을주민이 이의를 제기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몰리면서 미처 도장을 찍지 못한 투표지를 나눠주는 실수를 한 것”이라며 “해당 투표지는 정상적으로 유효표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1대 대통령선거 본 투표일인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에서 투표와 관련한 112 신고가 총 793건 접수됐다. 유형별로는 투표방해·소란 223건, 교통불편 13건, 폭행 5건 등이며, 오인 등 기타 신고도 552건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