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도 진보도 뭉쳤다…투표율 79.4%, 28년만에 최고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선거사무원들이 개표를 시작하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선거사무원들이 개표를 시작하고 있다. 뉴스1

'79.4%'. 
 3일 실시된 21대 대선 투표율이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1997년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다. 당초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이자 ‘이재명 독주’ 체제로 투표 열기가 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선거 막판 진영 결집이 이뤄진 결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선거인 4439만1871명 가운데 3524만41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지난달 29~30일 치러진 사전 선거 투표율은 34.74%로 20대 대선(36.9%)보다 소폭 낮았지만, 본 투표 당일 투표소를 찾은 시민이 3년 전보다 많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투표율은 1997년 대선 이후 치러진 선거 가운데 가장 높았고, 참여한 선거인 수도 같은 기간 최다였다. 역대 투표율은 ▶1987년 13대 대선 89.2%(노태우 당선) ▶1992년 14대 대선 81.9%(김영삼) ▶1997년 15대 대선 80.7%(김대중) ▶2002년 16대 대선 70.8%(노무현) ▶2007년 17대 대선 63%(이명박) ▶2012년 18대 대선 75.8%(박근혜) ▶2017년 19대 대선 77.2%(문재인) ▶2022년 20대 대선 77.1%(윤석열)였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정치권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 계엄과 탄핵으로 등을 돌린 보수 유권자가 상당하고, ‘이재명 1강 독주’ 체제가 뚜렷하면서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투표장을 찾지 않아도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이 없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이날 시간대 별 투표율을 보면, 본 투표율 집계가 처음 이뤄지는 오전 7시부터 지난 대선 투표율을 넘어섰고, 사전 투표가 합산되는 오후 1시 이후에도 지난 대선 때보다 투표율이 계속 높았다. 특히 보궐 선거인 만큼 공식 투표 시간이 지난 대선보다 2시간 더 길어진 오후 8시까지였다는 점이 투표율을 더 끌어올렸다. 공직선거법 155조에 따르면 ‘투표소는 선거일 오전 6시에 열고 오후 6시에 닫는다’고 규정돼 있지만 ‘보궐선거 등에 있어서는 오후 8시로 한다’는 보충 규정이 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선거 막판 김문수·이재명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전이 치열해진 것도 투표율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대세가 기울어진 판이란 분석이 많았고, 선거운동 기간이 짧아 유권자의 관심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선거 막판에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쪽 지지층이 최대한 결집한 영향으로 투표율이 높았던 것 같다”고 했다.  

지역별로 보면 전국 17개 지역 중 7개 지역(서울·대구·광주·울산·세종·전북·전남)에서 투표율이 80%를 넘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층이 많은 호남의 투표율이 높았다. 광주, 전남, 전북 투표율은 각각 83.9%, 83.6%, 82.5%로 전국 시·도 중 1, 2, 4위를 기록했다. 주민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세종시는 83.1%로 3위였다. 반면 제주와 충남은 각각 74.6%, 75.7%로 최하위였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는 지난달 29~30일 진행된 사전 투표율이 25.63%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지만 최종 투표율은 80.2%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 사태에 실망해 투표를 포기했던 '샤이보수'가 선거 막판에 투표소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수 지지층이 많은 울산 투표율도 80.1%로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다만 부산, 경남, 경북 지역 투표율은 각각 78.4%, 78.5%, 78,9%로 낮은 편이었다.  

지난 대선과 비교해선 부산(3.1%포인트), 인천(2.9%포인트), 경기(2.7%포인트)에서 투표율이 가장 많이 상승했다. 부산·경기는 이번 대선의 격전지로 분류됐고, 인천은 이재명 후보의 국회의원 지역구인 계양이 있는 곳이다. 기초지방자치단체를 기준으로 보면 전북 순창이 86.5%로 전국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았다. 서울에선 송파구와 강동구가 모두 81.7%로 1위였고, 경기도에선 과천시 투표율이 85.7%로 가장 높았다.   

제21대 대통령선거일인 3일 강원 춘천시 호반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투표지를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선거일인 3일 강원 춘천시 호반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투표지를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