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판 ‘진주만 공습’ 이어…크림대교 교각 수중 폭파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3일 크림대교를 수중 폭파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일 러시아 공군기지에 대한 대규모 드론 공격에 성공해 70억 달러(약 9조7000억원) 상당의 Tu-160, Tu- 95 등 전략폭격기 41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사진 우크라이나 보안국 엑스 캡처]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3일 크림대교를 수중 폭파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일 러시아 공군기지에 대한 대규모 드론 공격에 성공해 70억 달러(약 9조7000억원) 상당의 Tu-160, Tu- 95 등 전략폭격기 41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사진 우크라이나 보안국 엑스 캡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륙에 대규모 무인기(드론) 공습을 감행한 지 이틀 만에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를 수중 폭발물로 타격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3일(현지시간) 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크림대교(케르치해협 대교)의 수중 교각 하나에 위력이 TNT 1100㎏급인 폭발물을 매설해 폭파하는 특수 작전을 완수했다”고 밝혔다. SBU는 “폭발은 다리 지지대의 수중 기둥을 해저 수준에서 심각하게 손상시켰다”며 “현재 크림대교는 치명적인 손상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번이 우크라이나군이 크림대교를 공격한 세번째 사례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22년 10월과 2023년 7월에도 크림대교를 공습했으나 다리를 완전히 파괴하는 데는 실패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후 건설한 19㎞ 길이의 크림대교는 크림반도에 주둔하는 러시아군의 육상보급로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 소속 요원을 체포했으며 이 요원이 테러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일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드론 공격의 전말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최전선에서 4300㎞ 이상 떨어진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벨라야 기지 등 4곳의 공군기지를 드론으로 타격했다. 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군은 Tu-160, Tu-95 등 70억 달러(약 9조7000억원)에 달하는 41대의 전략폭격기를 잃었다.

‘거미줄’로 명명된 이번 비밀 군사작전에선 러시아 트럭 운전사들에게 운송을 의뢰한 아르티옴이란 인물이 눈길을 끈다. 아르티옴과 계약한 대로 조립식 목조주택을 운반했더니, 지붕이 열리며 드론이 일제히 날아올랐다는 게 공통된 증언이다. 드론이 날아오르는 걸 목격한 러시아인들은 돌을 던졌지만, 드론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 2일 전선에서 팔라딘 자주곡사포 발사를 준비하는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 2일 전선에서 팔라딘 자주곡사포 발사를 준비하는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수사당국은 아르티옴을 우크라이나인으로 단정하고, 그의 소재를 추적 중이다. 이와 관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공격을 도운 모든 인물은 작전 개시 전에 러시아 영토에서 철수했고, 현재 안전하다”고 말했다.


드론 운용 방식은 이번 작전의 최대 미스터리다. 1인칭 시점(FPV) 드론 117대를 원격 조종해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우크라이나는 밝혔으나, FPV 드론은 통상 20㎞ 정도가 운용 거리의 한계다. 이와 관련,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의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스타링크가 아니라 러시아의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조종한 것 같다”고 전했다. 사무엘 벤데트 신미국안보센터 수석연구원은 “드론이 상공에 뜨는 것까지는 미리 프로그램해 놓고, 그 뒤부터는 러시아 이동통신망으로 조종했을 것”이라고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꾀 말고도 러시아의 방심도 작전 성공 요인으로 지목된다. CNN은 “러시아 폭격기들이 비행장에 그냥 서 있었고, 심지어 구글 지도 등 공개 위성 이미지에서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였다”며 “러시아가 국경 너머가 아닌 목표물 바로 옆에서 드론을 발사해 공격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2차 휴전협상은 별 다른 성과 없이 1시간 만에 끝났다. 양측은 전쟁 포로와 전사자 시신 교환을 합의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