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머스크는 3일(현지시간) 엑스를 통해 “미안하지만, 나는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이 엄청나고 터무니없으며 낭비로 가득 찬 의회 예산안은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이 예산안에 표를 던진 자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당신들은 스스로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법안 통과에 찬성한 하원 의원들을 비난했다.
머스크는 이후 4분 만에 이 글에 덧붙여 “그것은 이미 거대한 규모인 예산 적자를 2조5000억 달러로 급증시킬 것이며 미국 국민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채 부담을 떠넘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몇 분 뒤에 다시 미국의 재정적자 증가 추이를 기록한 다른 게시물을 공유하며 “의회는 미국을 파산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재차 지적했다.
예산 증액에 강경한 입장으로, 하원에서 이 감세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소속 토마스 매시(켄터키) 의원은 머스크의 게시물에 “그가 맞다”고 답글을 올렸고, 머스크는 이를 다시 공유하며 “간단한 수학”이라고 맞장구쳤다.
이에 대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머스크의 발언에 관한 질문에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가 이 법안에 어떤 입장인지 이미 안다”며 “그것은 대통령의 의견을 바꾸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별일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어 레빗 대변인은 “이것은 하나의 크고 훌륭한 법안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위해 약 1억3200만 달러(약 1830억원)를 지원하며 핵심 후원자로 활약했다. 이후 머스크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돼 연방 정부 구조조정과 예산·지출 삭감을 총괄하도록 했다.
머스크는 특별공무원 신분으로 130일간 활동한 뒤 지난달 말 공식 임기를 종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고별식을 열고 머스크에게 ‘황금 열쇠’를 선물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DOGE 임기 종료를 알리기 전날 밤 공개된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을 거론하며 “재정적자를 키우는 대규모 지출 법안을 보게 되어 실망했다”고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 법안이 DOGE 팀이 그간 해온 일을 망치는 것이라면서 “하나의 법안이 크거나 아름다울 순 있지만, 둘 다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론 머스크(오른쪽 두 번째)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가 직접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라고 이름 붙인 이 감세 법안은 지난달 22일 미 하원을 통과했다. 이 법안은 분량이 1000페이지가 넘어 ‘메가 법안’이라고도 불린다. 2017년 1기 행정부 당시 통과돼 올 연말 만료 예정이었던 법인세 및 개인세 감면 조치의 연장, 자녀 세액공제 확대, 팁과 초과근무 수당 세금 폐지 등 주요 선거 공약들을 다수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