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아 머리를 내어라"…구지가 속 '토종 남생이' 멸종위기

 

국내 전역의 민물에 분포하다 서식지 파괴와 남획, 외래종과의 경쟁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남생이. 국립생물자원관

국내 전역의 민물에 분포하다 서식지 파괴와 남획, 외래종과의 경쟁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남생이. 국립생물자원관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밀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가야의 건국 설화를 담은 고대 가요 '구지가'(龜旨歌)에 등장하는 남생이. 삼국유사에 등장할 정도로 오랜 세월 한반도에서 살아왔지만, 현재 심각한 멸종위기를 겪고 있다. 

4일 환경부는 남생이를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부터 환경부는 보전해야 하는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매달 한 종씩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자라와 함께 한반도 전역의 민물에 두루 서식하던 남생이는 서식지 파괴와 보신주의로 인한 남획 등으로 개체 수가 감소했다. 1989년 '특정 야생동식물'로 지정돼 보호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 2005년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에 각각 지정됐다. 


남생이의 머리 윗면은 암녹색, 녹회색 또는 흑색을 띠고 눈 뒤에서 목덜미까지 노란색의 줄무늬가 여럿 있다. 성체가 된 수컷 중 일부는 몸 전체가 검은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등 껍데기의 크기는 약 25~45㎝로, 암갈색·황갈색을 띤다. 수초 뿌리, 곤충류, 어류 등을 먹는 잡식성으로 하천, 저수지에 주로 서식하며 주변의 인공 수로나 논을 오가기도 한다. 

6월은 남생이가 산란을 시작하는 시기다. 보통 10~11월 짝짓기를 한 암컷이 동면에 들어간 뒤 이듬해 4월에 깨어나, 6~7월 알을 두세 차례에 걸쳐 낳는다. 하천 주변 땅을 얕게 판 뒤 4~15개의 알을 산란하는데, 약 2달 뒤에 부화한다.

줄어든 서식지서 외래종과 힘겨운 경쟁  

북미산 붉은귀거북. 토종 물고기와 개구리를 잡아먹고 번식력이 강한 붉은귀거북은 국내에선 생태교란종으로 분류된다. 국립생태원

북미산 붉은귀거북. 토종 물고기와 개구리를 잡아먹고 번식력이 강한 붉은귀거북은 국내에선 생태교란종으로 분류된다. 국립생태원

요즘 남생이는 중국산 남생이, 북미산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과의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붉은귀거북은 토종 물고기와 개구리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생태계를 파괴해왔다. 5~8월에 평균 20~25개의 알을 산란하는 등 번식력도 강하다.  

환경부는 남생이 보호를 위해 서식지 확보 등에 노력해왔다. 지난 2011년 국립공원연구원 실험실에서 남생이 13마리를 부화시키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2016년 월출산국립공원에 마련한 대체 서식지에선 자연부화에 성공해, 11마리의 새끼가 탄생했다. 한국·홍콩·중국·일본·대만에 주로 서식하는 남생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적색목록 위기종(EN)으로 지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환경부는 남생이를 발견할 경우 눈으로만 관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남생이를 허가 없이 포획·채취·훼손하거나 죽이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