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충돌할지 궁금"…외신도 '이재명 당선' 긴급 타전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의 국민개표방송시청 현장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의 국민개표방송시청 현장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21대 대선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주요 외신들은 이 소식을 일제히 긴급 뉴스로 타전하며 비중 있게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재명 당선인이 걸어온 정치 여정을 소개하며 새 정부 앞에 놓인 국정운영 과제와 앞으로 펼쳐질 대외정책 등을 조망하는 등 이 당선인 관련 소식을 다각도로 짚었다.

AP통신은 3일(현지시간) “야당 후보인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퇴임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촉발된 수개월 간의 정치적 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의 당선으로 한국 외교정책에 즉각적인 큰 변화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며 “새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가장 어려운 대외적 도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인데, 전문가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러한 문제에서 한국에 유리한 쪽으로 큰 진전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로이터, 이 당선인 소식 실시간 보도

로이터통신은 이날 오후 11시 40분쯤 공중파 방송에서 ‘이 후보 당선 확실’을 보도한 직후 이 후보가 인천 계양구 자택에서 “국민의 위대한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자 이를 긴급 속보로 보도했다. 이후 이재명 정부의 대미 정책, 개헌 가능성 등을 심층 분석하고 대선 관련 소식을 실시간 보도하는 등 깊은 관심을 표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당선인은 대선에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미국ㆍ일본과의 3자 협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며 “워싱턴 일각에서는 다양한 이슈에 관한 이 당선인의 중심 기조가 지속될지, 그의 견해가 트럼프 대통령과 어떻게 충돌할지 등을 궁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21대 대선 득표 현황

21대 대선 득표 현황

NYT “전임 윤석열과의 단절 상징”

뉴욕타임스(NYT)는 “이 당선인은 최근 수십 년 내 한국이 선택한 가장 강력한 대통령 중 한 명으로 취임할 것”이라며 “이 당선인은 탄핵된 전임자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상징한다”고 짚었다. 이어 이 당선인의 향후 대내외 정책과 관련해 “이 당선인은 한국 외교의 근간이 돼야 할 미국과의 강력한 군사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ㆍ북한과의 긴장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쟁 없이 승리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것은 평화를 만들어 전쟁이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당선인은 10대 때 중학교에 다니는 대신 가족 부양을 위해 공장에서 일하는 등 빈곤 속에 성장했고, 공장에서의 사고로 한쪽 팔에 영구적 변형이 있었다”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 당선인은 보편적 기본소득과 같은 진보적 아이디어를 내세워 민주당의 대선 주자로 떠올랐고 2022년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1%포인트 미만 차이로 패했다”고 이 당선인의 삶을 소개했다. 이어 “혼란의 6개월 끝에 진보 성향 대통령이 선출됐다”며 “이 당선인은 양극화, 경기 침체,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던 긴급 외교정책 등 주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당선인을 “지난해 초 테러를 당했다가 응급수술로 목숨을 구했다”고 소개한 뒤 “이 당선인은 중국과 미국 간 균형 외교를 추구하며 이는 무역 및 안보 사안에서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동맹국을 설득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4월 2일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각 교역 대상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는 동안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상호관세 관련 차트를 받쳐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4월 2일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각 교역 대상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는 동안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상호관세 관련 차트를 받쳐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대중 이후 가장 험난한 과제 직면”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지난해 12ㆍ3 비상계엄 이후 6개월간 이어진 정치적 위기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이 당선인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추구하는 균형 외교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ㆍ태평양 안보석좌는 이날 워싱턴타임스(WT)가 주최한 한국 대선 관련 화상토론에서 “한국이 마침내 6개월간의 혼란을 종결지은 것은 좋은 소식이며 좋지 않은 소식은 새 정부가 곧바로 구성돼 경제 문제를 비롯해 많은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당선인은 ‘미국과 철통 같은 동맹을 원한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누구와도 적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줄타기”라고 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미 국무부 대북담당 특사는 토론에서 “한국은 진정한 민주주의, 활기찬 민주주의, 회복력 있는 민주주의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조지타운대 교수)는 “이 당선인은 탄탄한 민심의 지지와 함께 전임자가 결코 가져보지 못한 국회 과반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다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당선된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가장 험난한 과제들을 맞닥뜨리게 됐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에서 앞서 두 차례 있었던 탄핵 위기 당시에는 중국의 경제 호황(2004년)과 한국 반도체 수출 호황(2017년) 덕분에 경제 회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이러한 우호적인 외부 환경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 대신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미국의 관세 부과, 중국의 수출 규제, 북ㆍ러 관계 밀착 등 모두가 한국 경제 회복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가 이 당선인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재명 당선인이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시한인 7월 8일 전에 미국과 무역 협상을 타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이 당선인이 새로운 참모진을 꾸리고, 협상 상황을 점검하고, 현안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협상 시한을 연장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