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3선 포기하겠다"…트럼프 감세안 반대한 공화 의원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상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상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법안이 상원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당의 지연 전술에 더해 법안에 반대했던 공화당 의원이 선거 불출마 선언까지 하면서 내홍의 위험도 남아 있다. 

29일(현지시간) 오후 상원은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공식 토론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고 칭한 이 법안은 개인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등 각종 감세 조치를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밖에 청정에너지 및 전기자 구매 세액 공제 폐지, 불법 이민 단속 확대 등도 포함됐다. 

지난 28일 밤 상원 첫 관문인 '절차 표결'에선 찬성 51표·반대 49표로 가결됐다. 총 100석 중 공화당이 53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2명이 이탈한 결과다. 이후 토론이 시작돼야 했지만 민주당은 940쪽에 이르는 법안 전체를 낭독하는 축조심사를 요구했다. 상원 사무원들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후 3시까지 16시간에 걸쳐 법안을 낭독했다. 

표결에서 다수당인 공화당을 막을 수 없는 민주당은 법안 통과를 최대한 지연 시킨다는 전략이다. 각 당이 토론에 쓸 수 있는 10시간 전부를 쓸 전망이다. 토론 이후 '보트-어-라마(Vote-a-Rama)'에선 상원의원들이 무제한으로 수정안을 제시하고 표결에 부칠 수 있어 '표결 마라톤'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화당에서도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메인주)이 이미 수정안 제출을 시사했다. 공화당 법안에 공화당 의원이 수정안을 제안하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트럼프 협박에 현직 재선 의원, 3선 포기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크고 아름다운 법안'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크고 아름다운 법안'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인 내달 4일에 법안 서명을 하겠다며 공화당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CNN은 "법안이 통과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목표를 명문화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을 더욱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대 움직임이 감지됐다. 특히 경합주 의원들을 중심으로 감세를 위해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와 푸드 스탬프(식료품 바우처)와 같은 복지 예산을 줄이는 데 우려가 크다. 

절차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던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이날 내년 중간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틸리스 의원은 복지 예산이 삭감되면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본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왔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지난 몇 년간 워싱턴에서는 초당파주의와 타협을 받아들이고 독자적인 사고를 보여줄 수 있는 리더들이 멸종위기종이 되고 있다는 게 갈수록 명백해졌다"며 "당론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행동하는 이들에게 정치적 환경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 AP=연합뉴스

공화당의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 AP=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수많은 사람이 경선에서 틸리스를 상대하고 싶다면서 앞으로 나왔다. 난 앞으로 몇 주간 그들을 만나 노스캐롤라이나의 위대한 주민들을 제대로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경선에서 틸리스 의원을 낙선시키겠다고 사실상 협박한 셈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재선인 틸리스 의원이 3선 도전에 포기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당내 장악력을 강화해 그에 반대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봤다. 

민주당은 내년 선거에서 공석이 될 노스캐롤라이나를 탈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태세다. 현직 의원을 꺾는 것보다 공석을 차지하기가 더 쉽다는 입장이다. 노스캐롤라이나는 양당이 접전을 펼치는 경합주 중 한 곳으로 지난 대선에서도 근소한 차이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거뒀다. 

NBC뉴스는 트럼프 일가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며느리 라라 트럼프가 출마를 강력히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같은 주의 리처드 허드슨, 패트릭 해리건 하원의원 등도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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