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Talk] 빙속 대표 박지우의 첫번째 올림픽을 응원합니다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박지우. 연합뉴스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박지우. 연합뉴스

8일 강릉 스피드 경기장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박지우(20·한국체대) 선수를 만났습니다. 이날은 장거리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승훈(30·대한항공), 노선영, 박지우, 정재원(17·동북고) 4명의 선수만 훈련을 했습니다. 박지우는 "몸 상태가 좋다. 강릉 경기장에서 적응 훈련을 한 차례 해서 그런지 빙질도 괜찮아요"라며 "제가 너무 자신감있게 말했나요"라고 웃었습니다. '쉬는 날인데 왜 나왔냐'고 물으니 "내일 개회식에 갈 예정이라 더 연습하고 싶었어요. 팀 추월에 나가는데 민폐 끼치면 안 되잖아요"라고 했습니다.

박지우는 이번 대회 대표팀 여자 선수 중 막내 김민선(19·의정부시청) 다음으로 어린 선수입니다. 장거리가 주종목인 그는 지난해 삿포로 아시안게임 팀 추월에선 노선영(29·부산콜핑), 김보름(25·강원도청) 선수와 팀을 이뤄 은메달을 따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팀 추월 종목과 매스스타트, 두 종목에 출전합니다. 노선영 선수 합류 여부를 놓고 시끄러웠던 팀 추월은 냉정하게 보면 메달권 종목은 아닙니다. 매스스타트 역시 김보름 선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자연히 박지우 선수는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묵묵히 열심히 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박지우, 김민석, 정재원. 셋 모두 평창올림픽이 첫 출전이다. [강릉=연합뉴스]

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박지우, 김민석, 정재원. 셋 모두 평창올림픽이 첫 출전이다. [강릉=연합뉴스]

선수촌 룸메이트를 물었더니 쇼트트랙의 심석희(21·한국체대) 선수라고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큰 방을 박지우와 심석희 선수가 쓰고, 1인실을 박승희 선수가 쓴다고 합니다. "저는 석희 언니랑 써서 좋아요. 영광이죠. 사실 석희 언니가 힘들 거 같아요. 쇼트트랙은 훈련 시간이 많아서… 깜빡깜빡 자거든요. 제가 방해될까봐 조심하고 있어요." 그제서야 기억이 났습니다. 최근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운영하는 서포터즈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학생 중 누군가가 "박지우 선수가 친절하고 예뻐서 좋았다"는 얘기를 했던게요. 심석희 선수 얘기를 하다보니 함께 생활하는 선수를 배려하는 박지우의 마음이 예뻐 보였습니다.

그래도 선수는 선수입니다. 큰 무대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죠. 매스스타트 목표를 물었더니 "일단은...(예선 통과지만) 순위권도 노려보고 싶어요. 변수가 많은 종목이잖아요"란 답변이 돌아옵니다. 올해 처음으로 월드컵에 출전해 세계적인 선수들과 네 차례 매스스타트 경기를 치러본 탓인지 감을 잡은 모양입니다. 박지우는 "국제대회만 나가면 기량을 못 보여줘서 아쉬워요. 평소 실력만큼만 올림픽에서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매스스타트는 롱트랙에서 열리는 쇼트트랙이라고 보면 됩니다. 2명씩 달리는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와 달리 여러 명이 함께 달리는 경기죠. '토종 스피드'인 박지우는 경험이 적어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출신 박승희 선수의 조언도 받았답니다. 아직 '언제 치고 나가야할지' 이해가 잘 안 간다고는 하지만요. 이제 만 스무 살인 박지우의 도전은 이제 시작입니다. 벌써부터 4년 뒤 베이징 올림픽까지 생각하고 있거든요. "다음 올림픽엔 팀 추월이 빠지고 팀 스프린트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단거리 전향도 생각중이에요." 평창에서의 꿈, 베이징에서의 꿈, 모두 이뤄지길 응원합니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