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국방백서의 '제2장 국가안보전략과 국방정책' - '제2절 국방정책' - '1. 국방목표'에서 북한을 '적'으로 표현한 부분(빨간 줄).

2016 국방백서 표지
국방부가 국방백서에서 ‘적’ 표현 삭제를 검토하는 이유는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를 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 책자에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해놓고 북한과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적대행위 해소 조치를 협의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적이라는 표현 대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문구나 단어로 대체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국방백서에는 ‘위협이 지속되는 한’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며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섰기 때문에 단서의 상황이 바뀐 점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군사적 위협’ 등과 같이 ‘적’을 대신해 북한의 위협을 표현할 수 있는 문구를 찾고 있다.
![남북간 특사 교환을 위한 1994년 3월 8차 남북실무접촉에서 박영수 북쪽 회담 대표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중앙포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8/22/f74cd633-4e57-45f7-b27e-06ce20e4dd09.jpg)
남북간 특사 교환을 위한 1994년 3월 8차 남북실무접촉에서 박영수 북쪽 회담 대표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중앙포토]
진보 성향인 노무현 정부 때 복간된 2004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규정됐다. 2006년 국방백서에서도 “심각한 위협”으로 표현됐다. 당시 국방백서 작업에 참가했던 당국자는 “국방 목표에 특정한 세력을 주요한 위협으로 단정적으로 말하면 안보에 차질이 생긴다”며 “결국 정상적인 표현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 군부대와 민가에 150여발의 포격을 가한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었다.[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8/22/a2b99f53-6893-46e0-9dd6-29ff8d948d9e.jpg)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 군부대와 민가에 150여발의 포격을 가한 ‘연평도 포격사건’이 있었다.[연합뉴스]
보수 성향의 이병박 정부에선 첫 해인 2008년판에선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었는데,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은 다시 ‘적’으로 바뀌었다. 당시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이었던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위협을 명확히 나타내자는 의견에 따라 ‘적’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국방백서에서 ‘적’을 삭제하는 것을 놓곤 찬반이 엇갈린다. 문 센터장은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중단 등 북한이 적대 행위를 중단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적대행위 중단은 적대관계 종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