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북핵 관심 줄고 있어…트럼프 비핵화 정책 바꾸나

군사안보연구소 월례 좌담회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는 지난 21일 본사에서 연구소 자문위원들과 좌담회를 갖고 북한 비핵화 과정을 평가하고 북ㆍ미 관계를 진단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사회로 이뤄진 토론에는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ㆍ권태환 국방대 교수(전 주일본 국방무관), 남도현 군사 칼럼니스트ㆍ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ㆍ정영태 북한연구소장(가나다 순) 등이 참석했다.

지난 5월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5월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조만간 방북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 방북을 계기고 비핵화 속도를 낼 수 있을까?
 
우정엽 = 폼페이오 수준에서 북한과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만나서는 결정하지 않을 것 같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11월께 방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폼페이오의 협상 지위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김정은 입장에선 굳이 폼페이오와 만나서 얘기할 것 없이 트럼프 직접 만나서 해결하겠는 복안이다.

정영태 = 북한과 미국 사이에 생각 차이가 크다. 북한은 자기 방식대로의 비핵화, 일종의 ‘셀프 비핵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북한은 (북핵 시설과 물질 등에 관한)보고서를 제출하고 사찰받는 방식은 거부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하는 동안엔 핵무기를 더 개발하거나 고도화는 하지 않겠다지만 가지고 있던 핵무기는 포기하기 않고 그대로 둔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실제론 북한은 핵무기를 계속 생산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 정부가 이 정도 수준에 만족하느냐가 관건이다.

우정엽 = 당장 폼페이오가 조만간 북한에 가면 북한이 미군 유해 200구 정도 내주는 수준을 생각할 수 있다. 그 정도면 미국 정부는 만족한다고 본다. 트럼프는 2차 북ㆍ미 정상회담에선 좀더 구체적인 것을 받고 싶어 할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 입장에선 11월 예정된 중간선거가 중요하지만, 미국 내에서 북핵문제가 그다지 이슈화 되지 않을 뿐만아니라 중요하게 거론도 되지 않고 있다. 지금은 미국 경제가 좋아서 굳이 북핵으로 국내 이슈를 덮을 상황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핵 대화 진전은 예측하기 어렵다.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는 지난 21일 본사에서 자문위원 좌담회를 열고 북한 비핵화 및 북미 관계 전망 평가를 가졌다. 왼쪽부터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권태환 국방대 교수(전 주일본 무관),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정영태 북한연구소 소장,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 [사진 박용한]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는 지난 21일 본사에서 자문위원 좌담회를 열고 북한 비핵화 및 북미 관계 전망 평가를 가졌다. 왼쪽부터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권태환 국방대 교수(전 주일본 무관),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정영태 북한연구소 소장,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 [사진 박용한]

 

미국이 급하지 않다면 결국 북한에 초점이 모여지는데,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나. 진정성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정영태 = 북한이 상징적인 비핵화 조치는 할 수 있다. 풍계리 갱도 폭파에 이어 영변 핵 시설 포기도 고려할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선 평화협정은 아니더라도 종전선언을 끌어낸다는 전략이다. 북한은 나름대로 종전선언을 받을 조치는 했다는 입장이다. ▶풍계리 갱도 폭파 ▶서해 미사일 시험장 해체 ▶미군 유해 일부 송환 등을 했기 때문에 이제 새로운 것을 내놓기 어려워 보인다.

우정엽 = 일일이 실명을 거론할 수 없지만 최근 미국에서 만난 협상 관계자들은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핵국가 지위를 인정받는 수순으로 끌고 간다고 분석한다.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말했던 핵무기 포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는 지난 21일 본사에서 자문위원 좌담회를 열고 북한 비핵화 및 북미 관계 전망 평가를 가졌다. 왼쪽부터 권태환 국방대 교수(전 주일본 무관),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정영태 북한연구소 소장,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 [사진 박용한]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는 지난 21일 본사에서 자문위원 좌담회를 열고 북한 비핵화 및 북미 관계 전망 평가를 가졌다. 왼쪽부터 권태환 국방대 교수(전 주일본 무관),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정영태 북한연구소 소장,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 [사진 박용한]

미국은 종전선언을 수용할 수 있을까?
 
정영태 = 북한이 평화협정 대신 종전선언을 거론한 자체가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단서가 된다. 비핵화 협상은 장기화 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대북 제재 분위기를 완화하면서 시간을 벌거다. 실질적인 비핵화 프로세스 연목구어다.  

우정엽 = 북한이 핵무기 리스트를 내놓으면 종전선언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비핵화를 끝내지 않더라도 본격적인 조치가 시작되면 얘기는 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북 제재는 비핵화가 완료될 때까지 계속된다. 이점은 완고하다. 그런데 북한이 대북제재를 계속받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에 만족하겠냐. 결국 미국은 종전선언은 한국 정부가 하는 말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북한 의도는 (한국 정부의 말과)다르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에서 비핵화 명분을 강조하면서 비핵화 선순환을 거론하지만 미국은 여기에 부정적이다.  

권용수 = 북한이 섣불리 비핵화 리스트를 제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언젠간 비핵화 과정에서 사찰과 검증이 중요한 대상이 된다. 이때 어느 정도 핵물질 규모가 추정 가능하다. 검증 과정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북한의 핵활동 대부분이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으로선 검증을 피하고 싶을 거다. 더구나 북한은 지금 핵무기 수량을 늘리고 있다고 본다. 이미 2015년에 중국 전문가들이 북한이 2020년에는 핵탄두를 최대 100개를 확보한다고 봤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 개발 단계에서 양산 단계로 넘어갔다. 이제 북한 핵 능력에 한국이 끌려다니는 형국이 됐다.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는 지난 21일 본사에서 자문위원 좌담회를 열고 북한 비핵화 및 북미 관계 전망 평가를 가졌다. 왼쪽부터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권태환 국방대 교수(전 주일본 무관) [사진 박용한]

중앙일보 군사안보연구소는 지난 21일 본사에서 자문위원 좌담회를 열고 북한 비핵화 및 북미 관계 전망 평가를 가졌다. 왼쪽부터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권태환 국방대 교수(전 주일본 무관) [사진 박용한]

북ㆍ미 사이에 비핵화 대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우정엽 = 임기가 2년 남은 트럼프는 본인 재임 기간에 뭔가 할 수 있다면 좋지만, 자기 성과로 낼 수 없다면 대화는 포기하고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다시 할 수 있다. 북핵 문제는 최근 미국 뉴스에 나오지도 않는다. 정상회담을 한번 더 해서 김정은 만나더라도 미국 언론에선 그날만 관심을 받을 뿐이다. 유권자를 움직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당장은 꼭 해결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과거처럼 돌아간다. 지난해 수준으로 갈 수도 있다. 북핵이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겠지만, 군사적 압박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정영태 = 트럼프는 북한과 대화에서 작은 결실이라도 계속 나오면 중간선거 이후에도 대화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 특히 11월 전후에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개회한다고 공표한 뒤, 일단 분위기를 이끌어 갈 수도 있다. 과거 오바마 정부 시기와 다를 바가 없다. 대북 제재는 계속 하겠지만 (당장은)지난해처럼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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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환 = 얼마전 한ㆍ일 간 안보전략대화에서 일본은 비핵화 로드맵이 궁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종전선언과 비핵화 과정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달라는 요구다. 한국에선 충분한 설명이 없다. 일본은 미국 국내 정치 일정보다 인도 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북핵 문제를 신경 쓰고 있다. 북핵이 북ㆍ미 관계에 종속된 단순한 이슈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일본은 이미 중국 위협에 대비하는 군사전략을 세우고 있다.

남도현 = 히틀러는 1938년 3월 12일, 오스트리아를 침공해 강제 병합했다. 유럽에서 전쟁 위협이 커졌다. 이때 영국 수상 챔벌레인은 독일과 대화에 나선 뒤 협정문을 들고 “이것이 우리 시대의 평화다”라고 외쳤다. 그러나 1년 후인 1939년 9월 1일,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세계대전의 문을 열었다. 북한과 대화에서도 기만전술에 대비해야 한다.

* 연구소는 한 달에 한번 자문위원들과 좌담회을 갖고 토론 내용을 소개한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