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5일(이현지시간) 버지니아 군사학교(VMI)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미 국방부, 유튜브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1/12/8bf23519-5329-4f2c-bc4c-7bea987a805b.jpg)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5일(이현지시간) 버지니아 군사학교(VMI)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미 국방부, 유튜브 캡처]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간) 버지니아 군사학교(VMI)를 방문했을 때 한 생도에게서 받은 질문이다. 그는 “쉬운 질문은 아니다”라며 웃은 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라고 답했다. 『명상록』은 로마의 황제이자 스토아학파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저서다. 내면적 자기반성을 기록한 책이다. 매티스 장관은 “나는 전략에 관한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며 “『명상록』은 전투 중에도 읽으려고 배낭에 넣고 다녔다”고 덧붙였다.
매티스 장관은 뛰어난 군 지휘관이면서도 엄청난 독서량에 자기 절제 스타일로 미군 내에선 ‘수도승 전사’라는 별명으로 불렸을 정도다. 그를 미 국방장관으로 처음 대했던 전직 정부 고위 인사는 “교양 있는 노신사와 대화하는 듯 했다”고 말했다.

로마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흉상
매티스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고생을 했다. 로마의 황제였지만 가정에선 모든 게 제대로 되진 않았다. 부인과 아들은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는 평생을 제국을 지키려고 변경에서 보냈다. 『명상록』을 읽으면 삶이 고되었지만, 겸손과 존엄을 잃지 않고, 조국과 자신의 부대에 충성했던 그를 알 수 있다.”
매티스 장관은 생도들에게 이런 충고도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라. ‘내가 오늘 대할 사람들은 참견만 하며, 감사할 줄 모르고, 오만하면서, 정직하지 않고, 질투심이 많으면서, 무례하다. 사람들이 그렇게 된 건 선과 악을 구분할 줄 몰라서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제임스 매티스 장관. [EPA]](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1/12/5cd25fa9-93d5-4758-b580-a8a9da14132b.jpg)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제임스 매티스 장관. [EPA]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매티스 장관의 발언이 요즘 워싱턴 정가에서 묘한 파문을 낳고 있다. 그가 다음 달 6일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장관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다. 인사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미국 시사프로그램 ‘60분’에서 매티스 장관에 대해 “민주당원과 같은 사람”이라며 “그가 행정부를 떠날 수 있다”고 말해 교체설을 공식화했다.
매티스 장관은 한ㆍ미 동맹, 한ㆍ미 연합훈련 등 주요 사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거슬렀다. 그는 현역 시절 연합훈련 때문에 한국을 여러 번 찾았고,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은 지한파다.
현재 매티스 장관의 후임자 하마평이 돌고 있다.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부터 활동했던 잭 키언 전 육군참모차장이다. 그는 지난 2016년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국방장관을 제안했지만, 개인적 사정 때문에 거절했다”며 “대신 제임스 매티스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아직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자신의 입각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키언 전 차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게 워싱턴 DC의 분위기다.
![미국 폭스TV 해설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잭 키언 전 육군참모차장. [유튜브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1/12/8a0896e4-d022-46b0-9ac7-31d467fc519f.jpg)
미국 폭스TV 해설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잭 키언 전 육군참모차장. [유튜브 캡처]
매티스 장관이 그만두면서 발생할 한·미 군사동맹의 공백을 메울 이로는 빈센트 브룩스 한ㆍ미연합사령관이 꼽힌다. CNN은 지난 7일 브룩스 사령관이 차기 합동참모본부차장 후보자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폴 셀바 현 합참차장은 내년 초 퇴임할 예정이다. 합참차장에겐 핵무기 관리, 무기 구매, 군 예산 편성 등 권한이 주어진다.
CNN은 합참차장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매티스 장관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매티스 장관과 브룩스 사령관은 개인적 인연이 있다. 매티스 장관이 중부군 사령관일 때 브룩스가 그의 휘하에 있었다. 브룩스 사령관은 평소 “매티스 장군에게 많이 배웠다”고 말할 정도의 사이다. 또 브룩스 사령관은 매티스 장관에게 한국과 한반도의 현황에 대해 직접 보고했던 관계다.
군 소식통은 “한국과 한국군에 대한 이해가 깊은 브룩스 사령관이 합참차장이 된다면 한국의 목소리를 매티스 장관 대신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과 빈센트 브룩스 한ㆍ미 연합사령관이(오른쪽)이 지난 11일 오전 국방부 대연병장에서 열린 제41대 합참의장 취임식에서 반갑게 인사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하지만 브룩스 사령관이 고사할 수 있다는 게 변수다. 그는 최근 지인에게 “대장을 5년간 했으니 이제 충분하다”며 “군에서 나오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한국을 위한 일이라면 마다치 않겠다”고 덧붙였다고 지인이 전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