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헬기, 닷새만에 전방 접근···공군 전투기 긴급 출격

북한군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제 수송 헬기 Mi-8. [사진 위키피디어]

북한군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제 수송 헬기 Mi-8. [사진 위키피디어]

 
 북한군의 헬리콥터가 닷새 만에 또 전방 지역에 접근해와 군 당국이 배경을 분석 중이다. 유류 부족 상태인 북한에서 이처럼 자주 군용기가 비행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13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쯤 저속 비행체가 북한 개성 인근에서 이륙한 뒤 군사분계선(MDL) 쪽으로 남하하는 항적이 포착됐다. 군 당국은 고도와 속도를 고려해 이 저속 비행체를 헬리콥터로 추정했다.
 저속 비행체가 전술조치선(TAL)으로 접근하자 공군은 전투기를 긴급 출격시켰다. 전술조치선은 한ㆍ미 공군이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20~50㎞ 북쪽 상공에 가상으로 그어놓은 선이다. 저속 비행체는 9ㆍ19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이 각각 MDL에서 10㎞ 떨어진 상공(서부지구)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에 접근하지 않고, 인근 기지에 착륙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참 관계자는 “작전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며 이날 상황을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긴박한 상황이나 일촉즉발의 대치는 없었다고 한다.
지난 8일 오전에도 북한군 헬리콥터 2대로 추정되는 저속 비행체들이 이날과 거의 똑같은 항로로 비행했다. 정부 소식통은 “정확한 이유를 놓고 군 당국이 분석에 들어갔다”면서도 “북한군이 최근 시작한 겨울 훈련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북한은 매년 12월 겨울 훈련을 시작해 이듬해 2~3월께 끝냈다.
그럼에도 최근 잇따른 헬리콥터의 비행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남북 대화 국면에서 도발이나 군사적 움직임을 자제해 왔다. 또 경제난으로 유류가 부족한 북한 공군은 자주 비행을 할 형편이 아니다. 한ㆍ미 공군이 연합 군사훈련을 벌이면 간신히 대응 출격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은 “북한 공군의 항적을 살펴보면 각 부대에서 비행 훈련을 하지 않다가 한 달에 특정한 날 하루 몰아서 한다”며 “북한 공군에선 조종사들이 자기가 맡은 기종(機種)을 수십 년간 몬다. 그래서 다년간의 경험으로 훈련 부족을 극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헬리콥터를 띄워 한국군의 대응 태세를 슬쩍 확인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전투기를 동원한다면 본격적인 도발로 비쳐 남북 대화 국면을 깰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헬리콥터를 잇따라 띄웠다는 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내년 답방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점검 아니냐는 관측도 또 나왔다. 
북한군은 Mi-2, Mi-4, Mi-8, Mi-14, Mi-24D, Mi-26 등 다양한 러시아제 헬리콥터를 보유하고 있다. 또 1980년대 유럽을 통해 한국 육군이 갖고 있는 500MD의 민수용 버전 80여 대를 밀수한 뒤 현재까지 운용하고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