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왕갈비통닭 맛의 뿌리 수원 찾아가 보니

전통적인 수원 왕갈비 양념. 간장이 아니라 소금과 설탕을 기본으로 잡을 잡는다. [사진 수원갈비스토리]

전통적인 수원 왕갈비 양념. 간장이 아니라 소금과 설탕을 기본으로 잡을 잡는다. [사진 수원갈비스토리]

 
“왜 자꾸 장사가 잘되는데!?”

잠복 수사를 위해 망해가는 통닭집을 인수한 경찰 마약반. 그러나 졸지에 맛집으로 소문나며 가게로 손님이 몰리자 그들은 ‘멘붕’에 빠진다. 영화 ‘극한직업’ 치킨집의 황당 성공 스토리는 어쩌면 꽤 그럴싸하게 들린다. 수원 왕갈비 양념을 전수한 마형사(진선규 분)가 통닭 맛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영화 '극한직업'에서 맛집으로 등장하는 수원왕갈비통닭 . 실제 영화는 인천 배다리 헌책방에서 촬영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극한직업'에서 맛집으로 등장하는 수원왕갈비통닭 . 실제 영화는 인천 배다리 헌책방에서 촬영했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2019년 최고 유행어를 낳은 ‘수원 왕갈비통닭’. 대체 어떤 맛일까. 영화 ‘극한직업’을 본 1600만 명이 군침을 흘린 맛의 뿌리를 찾아 경기도 수원으로 갔다.  

왕갈비는 수원이 자랑하는 먹거리다. 수원에선 조선 후기부터 우시장이 열렸다. 당연히 고깃집도 많았다. 수원 왕갈비의 시초는 1945년 영동시장에서 문을 열었던 ‘화춘옥’이다. 해장국에 넣던 소갈비를 양념에 절여 숯불에 구워낸 것이 인기를 모았다. 갈빗대가 손바닥만큼 커 ‘왕갈비’로 통했다. 수원에만 왕갈빗집이 100곳이 넘는데 ‘본수원갈비’ ‘삼부자갈비’ ‘가보정’ 등이 내로라하는 맛집이다.  

수원갈비스토리의 양념 왕갈비. 원조 왕갈빗집 '화춘옥'처럼 숯불로 초벌한 뒤, 테이블에 올린다. 백종현 기자

수원갈비스토리의 양념 왕갈비. 원조 왕갈빗집 '화춘옥'처럼 숯불로 초벌한 뒤, 테이블에 올린다. 백종현 기자

수원 왕갈비는 전통적으로 간장 대신 소금으로 간을 한다. 달콤한 맛은 덜하지만 보다 담백하고 소고기 육질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방식이다. 보통 구운 소금에 설탕·참기름·후추·마늘·파 등을 섞고 고기를 숙성한다. “수원 왕갈비는 투명하다. 육회처럼 색깔이 곱다. 구우면 담백한 맛이 난다”고 갈비 조리 40년 경력의 수원갈비스토리 김종만 사장은 말한다.


소금과 설탕을 1대 5의 비율로 섞는 것이 황금비다. 가게에 따라 양념 노하우는 조금씩 다르다. 본수원갈비는 이틀 숙성을 거치고, 수원갈비스토리는 파인애플을 넣어 육질을 부드럽게 만든다.  

그럼 영화에 등장한 수원 왕갈비통닭은 어떤 맛일까. 영화사가 공개한 레시피에 따르면 전통적인 왕갈비 소금 양념이 아니다. 간장·설탕·후추·콜라 등 온갖 양념을 넣어 만든 소스로 통닭을 버무렸다. 전통적인 왕갈비보다는 간장치킨 맛에 가까운 셈이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극한직업' 개봉 후 SNS에 공개한 왕갈비통닭 레시피.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극한직업' 개봉 후 SNS에 공개한 왕갈비통닭 레시피.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수원에 실제로 왕갈비통닭을 파는 집이 있다. 팔달문 인근 통닭 거리에 2017년 오픈한 ‘남문통닭’이다. 판매 저조로 2년 전 접었던 왕갈비통닭 메뉴를 ‘극한직업’ 개봉에 맞춰 다시 꺼냈다가 대박이 났다. 통닭 거리의 대표 맛집 ‘진미통닭’ ‘용성통닭’보다 요즘은 남문통닭의 줄이 더 길다.  

수원 팔달문 앞 통닭거리의 남문통닭. 왕갈비통닭의 인기 덕에 대박집으로 거듭났다. [사진 남문통닭]

수원 팔달문 앞 통닭거리의 남문통닭. 왕갈비통닭의 인기 덕에 대박집으로 거듭났다. [사진 남문통닭]

 
남문통닭 사장 김모씨는 특제 갈비 소스를 인기 비결로 꼽는다. “전통적인 소금 양념만으로는 갈비 맛을 내기 어렵다. 갈비 향을 내는 육수에 배·사과·키위 등을 첨가해 풍미를 더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특제 소스를 통닭에 버무린 다음 센 불로 한 번 더 가열하면 맛도 향도 ‘왕갈비’다워진다.  

수원왕갈비통닭 [사진 남문통닭]

수원왕갈비통닭 [사진 남문통닭]

 
왕갈비통닭은 하루 200마리만 한정 판매하는데, 주말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맛볼 수 있다. 평일 오후 2~3시가 그나마 한적한 시간이다. 인기에 힘입어 오는 19일 신세계 센텀시티 식품관에도 진출한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