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8전투비행단에서 비상 출격 명령을 받고 격납고에 도착한 전투기 조종사가 출격 준비를 마친 전투기에 오르고 있다. [JTBC 영상캡처=박승영]](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4/07/35f8a2e7-064b-4351-871b-57af378cf42f.jpg)
지난 3일 8전투비행단에서 비상 출격 명령을 받고 격납고에 도착한 전투기 조종사가 출격 준비를 마친 전투기에 오르고 있다. [JTBC 영상캡처=박승영]
“비상출격” “비상출격” 비상대기실(ALT)에 앉아 있던 전투기 조종사는 본능적으로 뛰쳐나갔다. 활주로 끝에서 굉음을 내며 출발한 전투기는 8초 만에 하늘로 이륙했다. 지난 3일 다녀온 공군 8전투비행단(8전비)은 휴전선과 불과 95㎞ 떨어진 최전방 공군 기지다.
원주에서 이륙한 전투기가 휴전선에 도착하기까지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중부지역 강릉(동부)·수원(서부지역과 수도권) 공군기지에서도 언제라도 북한 전투기가 군사분계선에 근접하거나 침투할 경우 즉각 대응에 나선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24시간 깨어 있다. 한반도 공중에는 항시 초계비행으로 경계작전을 수행하는 전투기가 떠 있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비상 출격한 전투기가 합류한다. 이날 전투기 조종사는 비상출격 명령이 떨어진 순간부터 8분 안에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에 올라 관제탑에 보고를 마쳤다.
![지난 3일 8전투비행단에서 비상 출격 명령을 받은 FA-50 전투기가 긴급하게 이륙하고 있다. [사진 공군 제공]](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4/07/d74b91a0-d651-4dde-a5e2-0e7b74ae97a0.jpg)
지난 3일 8전투비행단에서 비상 출격 명령을 받은 FA-50 전투기가 긴급하게 이륙하고 있다. [사진 공군 제공]
최근엔 북한뿐 아니라 주변국 위협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면 오산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KAOC)는 임무를 맡을 전투비행단에 스크램블(Scrambleㆍ비상출격)을 명령한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수시로 KADIZ를 침범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비상출격하는 경우가 잦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군용기는 빈번하게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고,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해 대응한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4/07/38a53c5c-a84d-4394-b811-9df555caff90.jpg)
중국 군용기는 빈번하게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고, 공군 전투기가 긴급 출격해 대응한다. [뉴스1]
비상 출격 요구 시간은 전투기 기종과 임무 그리고 공군 부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남북한 사이에 긴장이 고조될 경우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 대기하며 출격시간을 더 단축하기도 한다. 불과 수 십초 만에 전투기가 이륙한다.
비상대기실에 365일 언제라도 바로 출격할 수 있는 전투기 조종사 여러 명이 머물고 있는 이유다. 전국 공군기지에는 당장 출격할 수 있는 전투기 수십 대가 대기하고 있다.
언제 출격 명령이 내려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조종사와 정비사들은 대기실에서 수시로 작전 준비태세를 점검한다. 이들은 대기실을 벗어날 수 없고 식사도 배달온 음식을 받아 내부에서 해결한다.
화장실도 보고한 뒤 다녀와야 한다. 작은 틈도 허용할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다. 조종사 비행복(G-슈트)과 각종 조종 장구를 착용하고 대기한다. 비상벨이 울리면 본능적으로 출구를 향해 몸을 던진다.
![비상 출격 명령을 받은 전투기 조종사가 격납고를 향해 뛰쳐 나가고 있다. [JTBC 영상캡처=박승영]](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4/07/11894f22-6f00-4370-af87-9fb2ce481a8d.jpg)
비상 출격 명령을 받은 전투기 조종사가 격납고를 향해 뛰쳐 나가고 있다. [JTBC 영상캡처=박승영]
이런 엄중한 임무는 국산 전투기가 맡고 있다. 8전비에 배치된 항공기는 모두 국내에서 개발해 만들었다. 공군은 휴전선과 가까운 북부지역에는 비행 거리가 짧은 FA-50 전투기, 중부지역엔 더 멀리 비행하고 작전 능력이 뛰어난 F-15K· KF-16 전투기를 배치해두고 있다. 최근 한국에 도착한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A는 청주 기지에 배치된다.
FA-50 전투기는 T-50 훈련기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개발됐다. ▶길이 13.14m ▶날개폭 9.45m ▶높이 4.94m이며 ▶최대 속도 마하 1.5 ▶최대 체공시간은 2시간이다.
공중 요격과 지상 공격 임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다. AIM-9 공대공 유도탄을 무장해 적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다. 지상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AGM-65GㆍJDAMㆍKGGB 등 공대지 유도탄도 장착한다.
매버릭이라 불리는 AGM-65G는 적 전차나 벙커를 정확하게 파괴한다. GPS로 유도하는 합동직격탄 JDAM과 사거리 100㎞인 국산 활강유도폭탄 KGGB는 적 장사정포와 갱도를 파괴한다. 오차는 수 미터 이내로 매우 정밀하다.
![FA-50 전투기는 적 항공기를 격추하는 공대공 임무을 수행하며, 정밀 유도 폭탄으로 지상 목표물도 공격할 수 있다. [사진 공군 제공]](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4/07/53dbc9ce-6253-47bf-acc3-3bb33ecb2cdf.jpg)
FA-50 전투기는 적 항공기를 격추하는 공대공 임무을 수행하며, 정밀 유도 폭탄으로 지상 목표물도 공격할 수 있다. [사진 공군 제공]
야간에도 완벽한 작전이 가능하다. 야간시각영상체계(NVIS : Night Vision Imaging System)를 갖춰 야간투시경(NVG : Night Vision Goggles)을 이용하기 때문에 정밀 공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FA-50 전투기는 머리도 좋다. 고속 전술데이터링크(LINK-16)를 갖춰 전장 정보를 실시간(real time)에 공유한다. 또한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 Radar Warning Receiver)를 달아 적 공격을 감지한다. 레이더 및 열추적 미사일 추적을 따돌리는 전자방해책 투발장치(CMDS, Counter Measures Dispenser System)를 장착해 생존능력도 뛰어난 게 특징이다.
T-50 항공기 또다른 개량형인 T-50B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전용기로 만들어 졌다. 8전비 기지에는 특수비행 임무를 맡은 제53특수비행전단이 주둔하고 있다.
![T-50 항공기 개량형인 T-50B를 전용기로 쓰는 대한민국 공군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제53특수비행전대는 8전비 기지에 주둔하고 있다. [사진=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4/07/97a52919-9ada-45f1-a88e-3f72e5dab650.jpg)
T-50 항공기 개량형인 T-50B를 전용기로 쓰는 대한민국 공군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제53특수비행전대는 8전비 기지에 주둔하고 있다. [사진=뉴스1]
KA-1 항공기는 국산훈련기 KT-1을 개량해 근접항공지원(CAS·Close Air Support) 임무를 맡았다. 기관포와 로켓탄 등으로 무장해 제한된 지상 공격이 가능하다. 해군 함정 유도를 받아 야간 해상 침투를 저지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비상대기실에서 만났던 FA-50 전투기 조종사 장현택 대위는 “우리 손으로 만든 우수한 국산 전투기로 비행훈련을 받고 조국 영공방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KA-1 항공기는 지상 작전을 지원하는 근접 항공 지원(CAS) 뿐 아니라 해안으로 침투하는 적을 저지한다. [사진 공군 제공]](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4/07/215688c5-41ea-42fd-a3c0-20499288bafc.jpg)
KA-1 항공기는 지상 작전을 지원하는 근접 항공 지원(CAS) 뿐 아니라 해안으로 침투하는 적을 저지한다. [사진 공군 제공]
전투기 조종사는 평소 더 뛰어난 전투능력을 갖추는 노력을 한다. 보통 하루에 한두 차례 출격하며 비행기술을 숙달하고 유지한다. 우리 공군과 미 공군은 전투기 조종사가 비행시간을 연간 150시간 이상 유지해야 전투 임무를 문제 없이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군 관계자는 “전투 출격 임무를 맡은 조종사는 한 달에 15~20일가량 비행하고 하루에 1~2시간 정도 비행한다”며 “연간 총 200~250시간 정도 비행하면서 전투 기량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조종사는 지상에서도 임무 능력을 키운다. 비행 시뮬레이터(Simulator)를 활용해 훈련한다. 비행절차를 숙달하고 악기상과 결함 등 평소 접하기 힘든 비정상 상황에 대비한다.
기자도 직접 시뮬레이터에 탑승해 백두산 상공과 서울 하늘을 가상 비행했다. 조종석 주변을 둘러싼 화면이 급격히 바뀌자 어지럽기도 했다. 공간감각을 상실할 정도로 실제와 같다. 앞의 군 관계자는 “조종사는 평소 각자 주어진 임무(pre-ATO)에 따라 북한 지역의 공격목표 상공을 비행하며 작전 수행능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전 같은 훈련에는 모든 공군 장병들이 참여했다. 이날 8전비에는 화학탄 공격을 가정한 훈련도 했다. 북한군 전술을 분석하는 군 관계자는 "북한은 전쟁 초기 우리 공군 활주로에 생화학 무기 등 각종 대량살상무기를 쏘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화생방 공격 상황이 발생하자 장병들은 즉각 방독면을 착용하고, 오염된 지역을 제독하며 정상적인 임무 수행을 이어갔다. 공군 전투기는 언제라도 출격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원주=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