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일 기간인 지난 28일 주일 미군 요코스카기지에 정박된 강습상륙함(USS Wasp)을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5/30/2a00a560-8ff4-4563-9744-ca2941ef2b12.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일 기간인 지난 28일 주일 미군 요코스카기지에 정박된 강습상륙함(USS Wasp)을 방문해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증기(steam)냐, 전기(electric)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일 중이던 지난 28일 미 해군 요코스카기지를 방문해 연설하면서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가 지목한 것은 항공모함에서 함재기를 발진시키는 방식, 즉 사출장치(catapult)에 대한 것이었다. 이날 연설 장소는 미 해군의 강습상륙함(USS Wasp) 함상이었다. 미 군사전문 매체 밀리터리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포드급 최신 핵 추진 항공모함을 건조하면서 약 2년 전부터 기존의 증기식 사출장치 대신 전자기식 사출장치(EMALS)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EMALS가 아닌 증기식으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장병들 앞에서 “(전자기식은) 너무 약해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 뒤 “(증기식은) 지난 65년간 완벽히 작동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왜 구형 기술을 선호하는 것일까.
![미 해군 핵 추진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 F/A-18E 수퍼호넷 전투기가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미 해군은 기존 항모에서 증기식 사출장치(catapult)를 이용해 함재기를 이륙시킨다. [로이터=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5/30/a882cbd2-c157-471e-a7f9-ab3e24ff2171.jpg)
미 해군 핵 추진 항공모함인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 F/A-18E 수퍼호넷 전투기가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미 해군은 기존 항모에서 증기식 사출장치(catapult)를 이용해 함재기를 이륙시킨다. [로이터=연합뉴스]
효율적인 출격 돕는 EMALS
미 해군이 EMALS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는 손실 방지다. 고온·고압의 증기식에 비해 전자기식은 항모는 물론 함재기에 스트레스를 적게 준다. 내구성 측면에서 탁월하다는 의미다. 별도의 증기보일러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공간효율성도 뛰어나다. 또 사출을 위한 재충전 시간이 짧아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항공기를 출격시킬 수 있다. 운용 인력도 더 적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영국은 최신 항모인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 2척에 EMALS를 적용해 F-35C 스텔스 함재기를 탑재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프랑스도 차세대 항모에 미국식 EMALS 적용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4월 26일 중국 다롄조선소에서 중국의 첫 자국산 항공모함인 '001A'형의 진수식을 가졌다. 기존 중국 항모는 함수가 올라간 스키점프대 형태의 활주로를 이용해 함재기를 이륙시킨다. [신화=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5/30/1413bb2f-7205-4c0d-90ef-6ac07e2efa80.jpg)
2017년 4월 26일 중국 다롄조선소에서 중국의 첫 자국산 항공모함인 '001A'형의 진수식을 가졌다. 기존 중국 항모는 함수가 올라간 스키점프대 형태의 활주로를 이용해 함재기를 이륙시킨다. [신화=연합뉴스]
현재 중국의 항모 2척은 모두 함수가 하늘을 향해 휘어져 올라간 이른바 스키점프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경우 이륙을 위해 무장 탑재량이 제한된다. EMALS를 채용하면 짧은 활주로에서도 완전 무장한 함재기 출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적 내통자'나 전자기식 선호"
미 방산 대기업인 제네럴아토믹은 지난 2015년 두 번째 포드급 항모인 존 F. 케네디함에 탑재할 EMALS와 강제착륙장치(AAG)를 7억3700만 달러(약 8800억원)에 공급하기로 계약했다고 밀리터리타임스는 전했다. 제네럴아토믹은 2017년에도 5억3200만 달러(약 6350억원) 규모의 포드급 3번함 EMALS 계약을 따냈다.
![미국 버지니아의 헌팅턴 인겔스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두 번째 포드급 핵 추진 항공모함인 존 F. 케네디함의 동체 조립 장면을 지난해 10월 2일 미 해군이 공개했다. [AF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5/30/3f54c621-5dc0-41c1-a201-2b132082956e.jpg)
미국 버지니아의 헌팅턴 인겔스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두 번째 포드급 핵 추진 항공모함인 존 F. 케네디함의 동체 조립 장면을 지난해 10월 2일 미 해군이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이날 트럼프는 장병들에게 인기투표를 하듯 사출 방식 선호도를 묻는 과정에서 누군가 ‘전자기식’이라고 대답하자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라고 농담까지 던졌다.
요미우리신문은 29일 워싱턴발 기사에서 “트럼프는 고비용 군사계획에 불신감을 갖고 있다”며 “지난 3월에는 한미 양군이 해마다 봄에 실시하던 대규모 연합훈련을 ‘수억 달러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취소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비싼 돈을 들여가며 도입했는데 제 성능도 못 낸다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 정가에선 트럼프의 시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의 미 공화당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예산을 들여서라도 최신 기술을 채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안전보장상 필요성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